전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파트단지가 인천에서 처음 선보인다. 주변시세보다 싼 분양가로 공급되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 집으로 만들거나 집값의 10∼15%만 준비해 10년간 주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누구나 집’이 옛 인천대 도화캠퍼스(인천 남두 도화동)에 들어선다. 일반분양과 임대분양 중에서 1개를 선택해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준공공임대주택 활성화정책에 맞춰 전국 처음으로 공공 및 민간복합형 주택건설사업이 시작됐다. ‘누구나 집’ 아파트 단지(총 4200채)의 1차 공급분 520채에 대한 일반분양이 12일까지 이뤄진 뒤 이달 말경 임대분양이 이어진다. 입주 예정일은 2017년 1월이다.
주택 패러다임의 변화
누구나 집은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임대주택법,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보증관리세칙 등 각종 주택 관련 법규가 보완 정비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주택건설로 인해 빚더미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해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주도하는 준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개발회사인 누토홀딩스는 1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인천시에 처음 제안했다. 이 회사는 신용 차별 없이 금융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개인보증시스템’, 임차인들의 임대료 인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임대료 인상분 자동지급 시스템’, 주택 소유와 거주권을 분리한 ‘디지털 주거권’ 등 5종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는 1년여의 검토 끝에 도화지구에 누토홀딩스의 신개념 주택사업을 접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사와 누토홀딩스 주도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도화지구 터 88만 m²를 사들였고, 임대사업을 벌이기 위한 리츠를 별도로 구성해 정부에 영업인가 신청을 한 상태다.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대안
누구나 집은 일단 주택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을 먼저 한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리츠가 모두 사들인다. 또 리츠는 누구나 집 1차 공급분 중에서 50%(260채)를 우선 분양받는다. 10월 개정된 인천시 조례를 근거로 특별분양을 받는 것이다. 서울 15%, 대전 20%에 비해 우선 공급물량을 대폭 늘려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리츠 소유의 아파트를 빌리려는 임차인들은 분양가의 10%만 부담하면 10년 입주권을 갖게 된다. 보증금 명목의 10% 금액조차 준비 못할 경우 리츠 주선으로 연리 4%대의 저리로 융자 받을 수 있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무주택자가 아니어도 임차 신청을 할 수 있다. 리츠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각종 금융대출을 받을 때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똑같은 금리 적용을 받는다. 신용불량자에게조차 차별을 두지 않는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전셋값 마련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500만∼1000만 원만 있어도 10년간 살 수 있는 중소형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게 됐다”며 “누구나 집은 이런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서민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보증금 명목의 10% 자금을 제외한 90%는 월 임대료로 산정되는데 적용 금리가 기존 임대아파트의 절반 수준이다. 시중 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전환금은 통상 연리 8%인데, 누구나 집의 경우 3∼5%대로 책정된다. 신용불량자나 다가구주택 보유자도 보증금이나 임대료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필요한 주택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원도심재생사업의 시금석
인천시는 누구나 집을 원도심권에서 진행되는 도시정비사업의 모델로 삼으려 한다. 재개발, 재건축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이 이뤄지는 지역이 인천에서 141곳에 이르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 탈출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들어간 매몰 비용 처리 때문에 진퇴양난에 처한 경우가 많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누구나 집의 분양 실적이 좋으면 다른 도시정비사업 구역에서도 리츠를 활용한 준공공임대주택사업을 벌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공공형 펀드를 구성해 이 같은 형태의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 서구 가좌동과 부평구 부평동의 도시정비사업지구가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화지구의 누구나 집 견본주택이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지만 황금연휴 기간 중 1만 명이나 다녀갔다. 김희영 인천도시공사 투자유치처장은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 중 3000명가량이 임차상담을 받았다”며 “1차 공급분에 대한 일반분양과 임대분양이 100%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누구나 집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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