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손잡고 준공공임대로 서민주택난 돌파구 마련

[인천 누구나 집 프로젝트] 임대아파트 변천사

도화지구 전경.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990년대 초 노태우 대통령 시절 500만채 주택 건설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릴 때 서울 도봉구에 영구임대 아파트가 첫선을 보였다. 정부가 건설비용의 85%를 조달해주고 나머지 15%를 입주자가 부담했던 제1호 영구임대 아파트 4000여 채에는 주로 철거민촌 주민들이 들어와 살았다. 이후 서민용 임대아파트가 점점 늘어나 매년 수만 채씩 지어지고 있지만 엄청난 빚더미를 안고 있어 ‘시한폭탄’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 기존 임대아파트 건설 방식이 한계 상황에 이르자 준공공 임대아파트 도입,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을 통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이 최근에 시행되기 시작했다.

기존 임대아파트의 한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택 임대료는 4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대아파트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대아파트 수요가 모자란 상황 속에서도 공급에 소극적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임대아파트의 건설원가와 표준 임대료를 민간 아파트보다 낮게 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를 지으면 지을수록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정부 표준에 따라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 아파트 한 채당 운영비를 포함해 1억 원가량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적자 구조로 인해 임대아파트의 임대요율을 계속 올리자 임차인과의 갈등이 수시로 빚어지고 있다. A임대아파트 입주민은 “LH가 정부 주택자금을 2%대 이자율로 빌려와 집을 지으면서 임대요율 기준을 최소 8%로 잡고 임대료도 매년 5%씩 인상하고 있다”며 “빚 부담을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는 임대주택의 월세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고 임대주택 공급물량도 더욱 늘리기로 했다. 임대주택시장에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참여할 수 있는 길도 더욱 넓혀주고 있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아파트는 임차인의 거주자유권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에 살다 지방으로 직장을 옮겼을 경우 기존에 살던 임대아파트를 포기할 수 없다. 부동산중개인 김병철 씨는 “임차인이 정식으로 이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전임대가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리츠를 적극 활용하라

LH를 대신해 리츠가 임대아파트 건설을 주도하는 준공공임대주택사업이 인천을 필두로 서울, 충남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준공공임대주택사업은 주택 보유와 상관없이 일반 분양과 임대를 받을 수 있다. 서울 노량진과 충남 천안에선 오피스텔, 도시생활형주택이 임대형으로 건립되고 있다. 준공공임대주택이 되려면 임대 기간 10년 이상, 임대료 인상률 연 5% 이하, 주변 시세보다 싼 임대료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래야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각종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고, 우선 분양권을 가질 수 있다.

인천 도화지구 4블록의 ‘누구나 집’은 민관합작 형태의 리츠가 건립하는 아파트단지다. 전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공공 및 민간복합형 주택건설사업이기 때문에 일반분양 아파트와 10년 주거보장형 임대아파트가 혼재돼 있다. 도화지구 아파트는 1차로 일반분양이 이뤄지지만 인천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1∼3순위 청약기간에 공급분 520채의 상당수가 팔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공형 리츠(주택사업 특수목적법인)가 도화지구 미분양 아파트를 전부 매입하게 된다. 공공리츠에는 인천도시공사, 사업시행자(인화컨소시엄), 연기금 등 재무투자자, 시공사, 임차인 등이 참여한다. 대한주택보증에서 60%의 건설자금(임대아파트 매입자금)을 빌려오기 때문에 건설비용은 아주 안정적으로 조달되는 편이다. 또 건설사가 이익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건설 이후 임대아파트 운영에도 관여하는 주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책임 시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사업방식과 구조는 민간회사가 제안하고, 인천도시공사가 전폭 수용해 결정됐다. 옛 인천대 캠퍼스였던 88만 m² 규모의 도화지구는 5개 블록으로 나뉘어 이런 형태의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한다. 1단계로 지어지는 4블록은 520채이지만 나머지 단지가 단계적으로 완공되면 총 4200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된다.

도화지구에서는 ‘협력적 소비센터(NCCC)’가 구성된다. 이 센터를 통해 입주자들은 각 가정에 필요한 식자재를 인근 재래시장에서 공동구매하거나 승용차를 저렴하게 빌려타는 ‘카 셰어링’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입주민이 개별적으로 낼 때보다 30% 정도 싼 비용으로 TV 휴대전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통신 플랫폼’도 구축된다. 4블록에서는 1차로 이런 초보적 수준의 협력적 소비시스템이 시행될 예정이다. 4000여 채의 아파트단지가 모두 조성되면 지식정보공유센터가 들어서고 세탁클린 서비스, 백색가전제품 임대서비스, 반려동물관리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