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022.5원 마감…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 늘어
연내 1000원 선 붕괴 가능성도… 기업들 수출 채산성 악화 초비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7일 1030원 선마저 무너지자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출 채산성을 고려한다면 환율의 하락 속도를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대내외 여건상 원화 강세의 큰 흐름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된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너무 컸다”며 “달러화가 시중에 넘쳐나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도 섣불리 하락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저금리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부가 무리한 개입을 자제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원화가치 상승을 막으려고 했을 정부가 요즘은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수출 대기업을 위한 기존의 고(高)환율 정책이 고용이나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자 정부가 경제정책의 큰 틀을 내수경기 부양 쪽으로 돌리면서 외환시장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외환당국은 시장에 도는 ‘환율 하락 용인설(說)’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환율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한 적이 없다”며 “당국이 환율에 관해 특정 레벨을 정해 놓고 그걸 방어하거나 포기한다고 믿는 것은 시장의 오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최소 몇 달간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에 달러 당 1000원 선이 붕괴돼 2008년 4월 이후 처음 ‘세 자릿수 환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환율 최저점이 100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환율이 급락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연착륙을 시켜 기업들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예정대로 올가을 종료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생기면서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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