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지원자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원자가 너무 많고 그들의 자질 또한 매우 다양해서다.” ―‘부품사회’(피터 카펠리·레인메이커·2013년) 》
토익 만점, 해외연수, 공모전 입상, 인턴 경험…. 갈수록 구직자의 ‘스펙’은 화려해진다. 그런데도 인사 담당자들의 하소연은 끊이지 않는다. 정작 쓸 사람이 없다는 것.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와튼스쿨) 교수인 저자는 이 모순에 주목했다. 기업이 원하는 ‘사양’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구직자는 쏟아지는데 구인난이라니.
저자는 기업의 채용 행태를 홈데포(미국 주택용품 유통업체)에서 세탁기 부품을 사는 것에 비유했다. 세탁기 부품이 필요하면 매장에 가서 원하는 부품을 사 끼워 넣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기업이 세탁기 부품처럼 지원자도 업무 요건에 딱 들어맞는 사양을 갖추길 바란다는 데 있다. 입사 뒤 실무교육 없이도 곧바로 업무를 능숙히 해낼 수 있는 직원 말이다.
이러다 보니 취업 현장에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단순 업무에 필요 이상의 학력을 가진 구직자들이 몰려든다. 지원자가 차고 넘치니 고용주는 더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하고 ‘학력 인플레이션’은 심화된다. 인턴 등을 통해 실무경험을 쌓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취직해야 터득할 수 있는 경험을 취직하기 전 미리 쌓아야 하니 딜레마다.
하지만 직원 채용은 세탁기 부품 교체와는 다르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구직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계부품처럼 빈자리에 완전히 들어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채용공고를 내는 순간까지 원하는 자격을 스스로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쓸 사람이 없다고 구직자를 탓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채용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을 뽑아 키우기보다 준비된 인재를 구매해 소비하려고만 하면 구직난 속 구인난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교실과 작업현장을 묶는 산학협동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또 이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기업의 몫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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