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2)이 10일 밤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긴급 심폐소생술(CPR)과 심장 시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1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일 오후 10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겪어 10시 55분경 근처에 있는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회장은 병원에 도착한 직후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고,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나 CPR를 받았다.
1999년 11월 미국에서 폐 림프암 수술을 받았던 이 회장은 호흡기 건강이 좋지 않아 겨울철에는 날씨가 따뜻하고 공기가 맑은 해외 지역에서 요양해 왔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호흡기 질환 등으로 입원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신년행사 뒤 출국해 미국과 일본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이 회장은 귀국한 뒤 닷새 만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했고, 최근까지도 경영화두인 ‘마하경영’ 메시지 전파와 계열사 간 사업 재편, 미래전략실 인사 등을 지휘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 회장이 각종 주요 업무를 직접 보고받고, 결정도 내리는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기온 차가 컸던 최근 날씨도 호흡기 건강이 안 좋은 이 회장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입원하자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가족들은 병원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출장 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입원 소식을 전해 듣고 11일 오전 귀국했다. 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과 계열사의 주요 관계자들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위기 요인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도 당장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비상경영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 회장이 큰 틀의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만 내리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경영구조를 오래전부터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며 “그룹 경영에서 우려될 만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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