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체크카드 확산에 현금수요 줄어 작년 440대 첫 감소…
1대 年2000만원 비용 ‘애물단지’로
은행들이 현금 수요 감소,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자동화기기를 줄이고 있다. 한 은행 고객이 점포 안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무인(無人) 은행’으로 불리는 은행 자동화기기가 줄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뱅킹이 확산되고 체크카드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은행 점포에 들러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에서 현금을 찾는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용 고객이 줄어든 데다 수수료 경쟁으로 출금·이체 수수료까지 크게 감소해 ATM이 수익은커녕 비용만 키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사라지는 은행 자동화기기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IBK기업, 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의 자동화기기 수는 3만8967대로 2012년(3만9407대)보다 440대 줄었다. 자동화기기 중 70%는 ATM이고 나머지는 구형 현금지급기(CD), 통장정리기 등이다.
하나은행이 2012년 4338대에서 지난해 4098대로 5.5%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자동화기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민은행은 2012년 1만2111대에서 지난해 1만1958대로 줄였다. 6개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자동화기기를 줄였다.
은행들이 자동화기기 감축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ATM을 찾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가 없는 학생, 주부 등이 주로 ATM 등에서 돈을 찾는데, 체크카드 보급이 늘어나고 ‘T머니’ 등 다양한 전자결제 수단이 확산되면서 이들의 현금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체크카드 발급건수(누적)는 1억701만 장으로 신용카드(1억202만 장)를 뛰어넘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뱅킹 이용이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모바일뱅킹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다 보니 ATM을 찾을 일이 줄었다는 것이다.
○ 수수료 수입 감소… 애물단지 전락
과거에 자동화기기는 은행들에 큰 비용 없이 수익을 늘려 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 데다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는 건당 500∼1500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국의 압박과 은행들 간의 경쟁으로 ATM 수수료는 상당 부분 사라지거나 크게 낮아졌다. 직장인 급여통장, 대학생 학자금통장 고객에게는 월 5회 안팎으로 타행 ATM 이용 수수료까지 면제해 주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TM 1대를 유지하는 데 연간 2000만 원이 든다”면서 “ATM 대부분은 서비스 차원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결제대행업체(VAN)와 손을 잡고 편의점, 지하철역 등을 중심으로 ‘제휴 ATM’을 늘리고 있다. 은행은 관리비용 일부를 내고, VAN은 영업시간 외에 발생하는 1000∼2000원가량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다.
은행들은 앞으로 점차 자동화기기를 줄일 계획이다. 과거 점포를 통폐합할 때는 ‘365코너’ 등의 이름으로 ATM을 남겨 뒀지만, 앞으로는 수요조사 등을 통해 ATM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한다는 게 은행들의 방침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기기를 대폭 줄이긴 어렵지만 내구연한이 다한 기기 중 일부만 새것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차차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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