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로 기로에 선 가산단지 도심형 아웃렛 ‘터줏대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 전반적인 소비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유통채널이 바로 아웃렛이다. 아웃렛은 저렴한 가격과 폭넓은 제품 구색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 아웃렛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으로 약 8조4000억 원대(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최근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아웃렛 시장에 대거 진출하고 있지만 사실 이 업계의 숨은 강자는 대도시 안의 도심형 아웃렛들이다. 현재 8조4000억 원 규모의 아웃렛 시장에서 이들은 7조 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외의 프리미엄 아웃렛에 집중하던 대기업들도 도심형 아웃렛 분야로 눈길을 돌리는 중이다. 서울 시내 최대 아웃렛 타운으로 알려진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에는 최근 ‘현대아울렛 가산점’이 입점했다. 현대가 아웃렛 시장에 진출한 것도 처음이지만 ‘마리오아울렛’과 ‘W몰’ 등 중견업체들이 터줏대감 노릇을 해 온 ‘아웃렛 클러스터’에 유통 대기업이 들어온 것도 처음이다. 가산디지털단지 아웃렛 타운의 연간 시장 규모는 약 8000억 원이며 하루 유동 인구는 20만∼30만 명에 달한다. 동아일보는 대기업의 진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마리오아울렛과 W몰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해외 진출, 백화점 형태로의 진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대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견업체들의 대응은 대기업과 경쟁을 준비 중인 다른 업계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 “해외 진출로 돌파구 마련할 것” ▼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공룡에 맞서는 구멍가게 심정… 중국 관광객 많이 유치할 계획”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주식회사 회장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주식회사 회장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주식회사 회장(60)은 인터뷰 초반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백화점을 운영하는 ‘공룡’이 왜 중견기업들과 경쟁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이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심형 아웃렛 시장 규모는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마리오아울렛이나 W몰 모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런 시장에 대기업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마리오아울렛을 3관까지 확장하는 공사를 지난해 끝냈다. 확장을 구상한 지 15년 만에 매장 규모는 13만2000m²로 늘어났다. 홍 회장은 앞으로 최대 규모의 아웃렛을 만들어 국내 소비자는 물론이고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이는 등 경쟁 업체를 규모로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내용은 철저히 한국식으로 갈 방침이다. 홍 회장은 “국내 브랜드를 육성해 함께 가겠다”며 “앞으로도 해외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브랜드나 해외 유명 브랜드는 입점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 “백화점처럼 브랜드화로 역공” ▼

이윤신 원신월드 W몰 회장
“강남 시작으로 2, 3호점 출점… 전국의 유명 맛집들 입점 추진”


이윤신 원신월드 W몰 회장
이윤신 원신월드 W몰 회장
그동안 도자기 브랜드 ‘이도’의 대표로 알려졌던 이윤신 원신월드 W몰 회장(56)은 지난해 원신월드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우혁 명예회장(81)에 이어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의 전략은 ‘아웃렛의 백화점화’다. 그는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아웃렛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아웃렛 사업도 백화점 못지않게 고급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W몰 역시 가산디지털단지 밖으로의 진출을 구상 중이다. 서울 강남구 및 노원구를 시작으로 지방에도 출점해 백화점처럼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또 지방의 유명 빵집과 서울시내 유명 맛집을 입점시키는 등 백화점 스타일의 식음료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백화점에 있는 유명 고가 어린이 옷 브랜드를 입점시켜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그냥 아웃렛이 아니라 백화점과 아웃렛의 중간 형태의 유통채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홍성열#마리오아울렛#이윤신#원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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