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지만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의 주가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오너 리스크’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97% 상승한 138만8000원에 마감됐다.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삼성생명(4.04%) 삼성물산(2.71%) 등도 주가가 올랐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2.69%)와
차녀 이서현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제일기획(3.93%)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없는 계열사의
주가는 1∼2% 하락했다.
이날 기관은 1110억 원, 외국인은 9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오늘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였다”면서 “이 회장의 건강이 나빠짐에 따라 계열사 재편 및 지분정리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 기관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 회장 개인에게
크게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는 점도 감안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가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나
이미지에 좌우되는 ‘CEO 주가’ 효과가 삼성 계열사들에는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에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삼성 계열사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이 회장이 입원했던 2008년 1월 초와 2009년 3월에
삼성전자 주가는 소폭 오른 바 있다. 이는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미국 애플과 대비된다. 애플은 2011년
10월 잡스가 사망할 때까지 건강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5∼6%씩 급락한 바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데 삼성은 CEO의 경영 공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될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주가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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