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도네시아 반텐 주 칠레곤 시에 있는 크라카타우포스코 제1고로에서 한 직원이 쇳물에서 찌꺼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에 입사한 지 30년인데 최근 1년 반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공장이 안정화된 걸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12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반텐 주 칠레곤 시 크라카타우포스코. 민경준 포스코 상무(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는 최근 생산실적을 소개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이 7 대 3 비율로 합작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국내 철강기업이 해외에 지은 첫 일관제철소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300만 t급 고로 두 개를 지을 수 있게 부지 388ha(약 117만 평)를 확보해 놓고 있다. 제1고로와 제강공장 등 1차 사업에만 약 3조 원이 투입됐다.
○ 가동 초기 위기 완전히 극복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지난해 12월 23일 가동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고로에서 쇳물이 새는 사고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현지에서 부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약 두 달간 정상 가동이 지연됐다. 민 상무는 “만약 포항이나 광양에서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면 수습은 훨씬 쉽고 빨리 이뤄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1월 말 첫 후판 제품을 생산한 데 이어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슬래브(판형 모양의 철강 반제품) 생산에 들어가면서 제철소는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11일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생산한 쇳물은 8200t이었다. 정상 가동 시 하루 생산능력인 7800t보다 400t이나 많았다. 같은 날 슬래브와 후판을 합친 조강 생산량도 7400t에 이르렀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현재 하루 5000t의 후판 및 슬래브를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 100여 곳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 안에 하루 판매량을 평균 7000t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 값싼 원료와 급성장하는 시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9일 해외사업장 중 가장 먼저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찾았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이 제철소의 연간 생산량은 포항제철소(1800만 t)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유리한 조건이 많다.
인도네시아는 철광석과 석탄의 잠재 매장량이 각각 22억 t과 934억 t에 이른다. 이곳에서 나오는 철광석은 호주에서 수입한 철광석보다 질이 떨어지지만 값이 싸고 운송도 쉽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인 조업기술을 활용해 크라카타우포스코가 쓰는 철광석 원료 중 약 30%를 값싼 인도네시아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권 회장도 이번 방문에서 저(低)원가 조업기술의 적용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인구가 2억5000만 명인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동남아 지역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미래를 밝다고 보는 배경이다. 민 상무는 “규모의 경제를 가지려면 고로가 하나인 것보다는 두개인 것이 훨씬 낫다”며 “2단계 사업은 철강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당장이라도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포스코에너지 부생발전소로 시너지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향후 철강과 에너지라는 포스코그룹의 핵심 사업전략이 집약된 해외사업장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올 1월 16일 제철소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연료로 하는 200MW(메가와트·200MW는 6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 규모의 부생발전소를 준공했다. 약 3000억 원이 투입된 크라카타우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에너지와 크라카타우스틸의 발전자회사인 KDL이 9 대 1 비율로 투자했다.
포스코에너지의 첫 해외 발전소인 동시에 동남아 지역 첫 부생가스 발전소다. 3월 1일 상업가동에 들어간 이 발전소는 시간당 150MW의 전기를 크라카타우포스코에 공급했다. 제철소에서 나온 부생가스가 발전소를 거쳐 다시 제철소 전력원으로 쓰인다. 발전소는 또 시간당 70t(최대 생산능력 시간당 100t)의 증기를 제철소로 보내고 있다.
황은연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크라카타우포스코와 부생발전소는 포스코와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의 성공적인 해외 동반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포스코에너지는 이를 발판 삼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민자발전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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