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제과업체들이 잇달아 내놓은 신상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존 히트 상품을 리뉴얼한 제품이란 것. 과자 시장이 수년간 정체된 가운데 새 제품에 개발비를 쏟아 붓고 리스크를 안는 것보다는 기존 제품을 보완해 시장을 지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기업들 사이에서 이처럼 기존 ‘장수(長壽) 제품’의 포장을 바꾸거나 새로운 맛을 첨가해 출시하는 리뉴얼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데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아 이 같은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화는 최근 국내 탄산수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초정탄산수’의 용기와 패키지, 제품 엠블럼을 3년 만에 젊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대대적으로 바꿨다. 국내 탄산수 시장이 매년 30% 안팎으로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장수 상품의 오래된 이미지를 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바꿔 브랜드 위치를 다질 필요성이 커진 것. 2001년 처음 출시된 초정탄산수는 일화 식음료 부문에서 매출 60억 원 규모로 ‘맥콜’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큰 효자 상품이다. 리뉴얼과 함께 13년 만에 처음으로 ‘초정탄산수 라임’이라는 리뉴얼 신제품도 선보였다.
출시 25주년을 맞은 현대약품의 간판 제품인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 역시 최근 젊은 느낌을 강조한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과 리뉴얼 신제품을 선보였다. 단일브랜드로 2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지만, 오래된 브랜드인 만큼 주요 타깃인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보다 밝고 발랄한 이미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패키지 리뉴얼과 함께 자몽 향이 첨가된 저열량의 ‘미에로화이바 레드’도 선보였다. 새로운 맛의 미에로화이바가 출시된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제과업계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맛의 신제품보다는 간판 장수 제품들을 리뉴얼한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농심은 최근 1973년 출시된 이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장수 스테디셀러 과자 ‘꿀꽈배기’에 사과 맛을 가미한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다. 기존 스테디 브랜드의 라인업을 강화해 젊은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라운·해태제과도 지난해 말 ‘홈런볼’ ‘쿠크다스’ 등에 새로운 맛을 첨가해 ‘홈런볼 까망베르 치즈맛’ ‘쿠크다스 스퀘어 치즈’ 등의 리뉴얼 제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기존 히트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꾸거나 새로운 맛을 추가해 라인업을 강화하는 리뉴얼에 치중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제품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새 상품에 무작정 투자하기보다 기존 인기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실제로 일화 초정탄산수의 경우 리뉴얼 패키지를 선보이고 지난 한 달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0%나 늘었다.
불황일수록 새로운 제품보다는 친숙한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경향이 강한 것도 한 요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장수 제품 리뉴얼의 경우 개발부담은 덜하면서 성공 확률은 높다”며 “소비자들에게 이미 인증 받은 검증된 제품의 디자인, 맛 등을 조금씩 바꿔서 시장을 공략하려는 불황기의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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