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별로 매출 특성 큰 차이
사무실 밀집지역선 구운 달걀 불티… 서울 명동 편의점에선 환전도 가능
유흥주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역삼동, 서초구 서초동 일대의 편의점들. 누구나 이런 곳에서는 숙취해소 음료 등 술과 관련된 상품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점포들의 히트상품은 애완동물 용품이다. CU가 올해 1분기(1∼3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지역 유흥가에 있는 29개 점포의 애완동물 용품 매출액은 다른 점포 매출의 2배 가까이나 됐다.
이유는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있었다. 이들은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는 비율이 높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보통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 편의점에 들러 강아지, 고양이를 위한 상품을 산다. 특히 육포나 개껌, 통조림 같은 간식의 매출 비중이 60% 정도일 만큼 크다. 가격이 비싼 제품도 개의치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매출액을 높이는 이유다.
점포 직원들에 따르면 요즘엔 애견 용품보다 애묘 용품 매출이 높다고 한다. 개보다 고양이를 기르는 여성이 늘어난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편의점들은 입지별로 각기 다른 매출 특성을 보인다. 편의점 업체들은 이런 특성을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세움으로써 매출 증대를 꾀한다. 강남 유흥가의 편의점들은 지난해 말부터 애완동물 용품 코너를 따로 설치했다. 그 결과 매출이 종전보다 60% 이상 늘었다. 임종일 BGF리테일 생활용품팀장은 “편의점은 매장 크기가 작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상품 배치 등을 통해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CU에 따르면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에서는 한 개씩 개별 포장한 과일 매출이 일반 점포보다 63%가량 많다. 과일은 주로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에 팔린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식사대용으로 찾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삶거나 구운 달걀도 다른 점포보다 많이 팔린다.
병원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환자들을 위한 성인용 기저귀가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다. 어린이 환자를 달래는 용도의 완구류도 잘 팔린다. 국도 인근의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차량방향제, 주차번호판 등 차량 용품이다. 이런 편의점들 역시 잘 팔리는 상품을 진열하기 위한 판매대를 따로 마련하는 추세다.
요즘에는 아예 점포별 특화상품에 따라 매장을 개조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의 서강대 인근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점포는 매장 안에서 세탁소를 운영한다. 밤늦은 시간에도 세탁물을 맡길 수 있어 대학생 등 독신 가구의 반응이 좋다. 세븐일레븐은 서울 명동의 점포 네 곳에서 환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