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 나쁘면 외면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디자인賞 잇단 수상 웨어러블 ‘샤인’… 美벤처기업 ‘미스핏’ 소니 부 대표

14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콘퍼런스인 ‘비론치’ 행사장에서 만난 소니 부 미스핏 대표가 자사가 만든 웨어러블 기기 ‘샤인’을 옷깃에 착용한 채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콘퍼런스인 ‘비론치’ 행사장에서 만난 소니 부 미스핏 대표가 자사가 만든 웨어러블 기기 ‘샤인’을 옷깃에 착용한 채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의 핵심은 디자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갖춘 기기도 사람들이 착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웨어러블 기기 ‘샤인’(사진)을 만든 미국 벤처기업 ‘미스핏’의 소니 부 대표(41)는 14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콘퍼런스 ‘비론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부 대표를 인터뷰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그는 2011년 존 스컬리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미스핏을 창업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샤인은 개인의 운동량, 칼로리 소모량, 수면 상태 등을 측정해 데이터로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로 디자인이 독특하다.

“과연 저 여성이 자신의 손목에 웨어러블 기기를 차고 싶어 할까요.” 부 대표는 인터뷰 도중 원피스를 입은 한 여성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웨어러블 기기는 사람들이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며 “뛰어난 성능만으로는 누구나 착용하고 싶어 할 만큼 매력적인 웨어러블 기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철학은 제품에 그대로 반영됐다. 샤인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둥근 모양이다. 다만 여느 웨어러블 기기와 달리 액정과 손목에 차기 위한 밴드가 없다. 전용 밴드, 목걸이 줄, 클립을 활용해 팔찌, 목걸이, 브로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샤인은 지난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A’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충전 방식도 여느 제품과 다르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는 충전해 사용하지만 샤인은 건전지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방수 성능이 뛰어나 수영할 때에도 착용할 수 있다. 부 대표는 “충전의 번거로움과 고장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웨어러블 기기가 향후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이끌 주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 대표는 “현재 웨어러블 기기는 활동량과 수면 상태 등을 보여주는 ‘측정기’에 불과하지만 향후 지갑, 게임기, 신분증 역할까지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려면 웨어러블 기기가 사람들의 일상 속에 필수품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집에 두고 오면 다시 돌아가듯이 웨어러블 기기를 놓고 왔을 때에도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부 대표는 말했다. 샤인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전 세계에서 약 20만 대가 팔렸다.

그는 최근 웨어러블 기기를 잇달아 내놓은 삼성, LG, 소니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대기업들이 만든 웨어러블 기기가 성능은 뛰어날지 몰라도 사람들이 착용하고 싶어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며 “디자인과 편의성을 더욱 높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부 대표는 해외 진출을 앞둔 한국 창업가들에게 “미국 시장만 바라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스핏 매출의 3분의 2는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나온다”며 “미국 이외에 더 넓은 시장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웨어러블#샤인#미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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