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 열쇠 핵심자산 가격 놓고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産銀 “자산가치 8000억~9000억”… 동부측 “최소 1조원 이상 받아야”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인천스틸(옛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자산 가치를 8000억∼90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지난해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매물로 내놓은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매각대금으로 최소 1조 원 이상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산은이 책정한 금액과 2000억 원 이상 차이가 있다. 포스코는 산은이 매긴 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매각 과정에서 가격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 초 포스코에 두 회사 인수를 제안하면서 자체적으로 8000억∼9000억 원의 매각가격을 매겼다. 산은은 당시 포스코가 인수금액의 20∼30%를 부담하면 산은이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나머지 70∼80%의 자금을 채워준 뒤 인수우선협상권과 경영권을 포스코 측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도 이로움을 얻고 한국 철강업계도 이득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 쉽지 않겠지만 윈윈 케이스가 될 수 있도록 머리를 짜내겠다”며 인수 자체에는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두 회사를 묶은 패키지의 기업가치 실사를 마치고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인수가격을 제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매각가격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6조3000억 원 규모인 차입금을 2조9000억 원대로 줄이려는 목표를 이행하려면 인수대금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동부그룹 측은 동부인천스틸이 연간 매출 1조 원, 영업이익이 700억 원 안팎인 알짜 회사이고, 동부발전당진은 2018년 발전소가 완공되면 매년 10%가량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을 꾸준히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패키지 가격으로 당초 1조6000억 원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1조 원가량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만으로도 회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무리하면서 두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해 이달 말 제시할 인수가격은 산은이 책정한 8000억 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가격 차이로 거래가 틀어져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난항에 빠지면 기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흔들릴 수 있다”며 “매각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당국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동부그룹#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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