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서울 금천구에 있는 LG전자의 가산 연구개발(R&D) 캠퍼스를 방문해 주요 제품의 디자인 전략과 관련된 사항들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LG전자의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해 안승권 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 하현회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 박종석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 노환용 에어컨·에너지솔루션(AE) 사업본부장 등 주요 부문별 대표들과 제품, 디자인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G3(스마트폰), G워치(웨어러블 기기), 초고화질(UHD) TV 등 올해와 내년에 출시될 60여 개 주요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은 “제품 본연의 기능이 고객에게 잘 부각되고,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에게 편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라”고 지시했다.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는 안 사장은 구 회장에게 LG전자의 프리미엄 디자인을 강조한 신제품 개발 시스템 강화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디자인 책임자와 핵심 경영진이 참여하는 ‘디자인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LG전자 안팎에서는 디자인 위원회를 통해 이 회사 디자인 담당자들의 권한이 사내에서 크게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디자인 위원회가 디자이너들이 고안한 제품 가치가 제대로 구현됐는지 평가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각종 디자인 부문 평가에서 성과를 올리며 2000년대 중후반 ‘초콜릿폰’으로 얻었던 ‘디자인 명가’의 명성을 재건 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4년형 사운드바와 함께 출시한 ‘사운드플레이트’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레드닷’과 ‘iF’에서 수상했고, 세계 최초의 휘어진 스마트폰인 G플렉스는 미국 소비자잡지인 ‘컨슈머리포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사인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디자인 부문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LG전자의 디자인 부문 인력은 2005년 460여 명에서 현재 600명을 넘어섰다. 9년 만에 30%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1300여 명)와 현대·기아자동차(750여 명)에 비해선 아직 작은 규모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디자인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연초 디자인경영센터에 제품 영역 구분 없이 통합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올해 들어 디자인 경쟁력 강화 움직임에 힘이 많이 실리고 있다”며 “최고경영진 레벨에서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강조하는 만큼 후속 조치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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