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서 한 중년 여성이 점원에게 물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식품매장 입구에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본점 식품매장 개편 계획을 밝혔습니다. 핵심은 ‘맛집 섭외’입니다. 청담동 한식당이나 한남동 가정식 요리집 같은 서울 시내 유명 식당과 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들여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많은 백화점들이 ‘지하 경제’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절대 나쁜 일은 아닙니다. 주로 지하에 있는 식품매장을 리뉴얼해 새로운 ‘핵심역량’으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서울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의 지하 식품매장을 새단장하기 위해 ‘식품강화발전팀’을 만들었습니다. 요리사와 전통음식점 경영인, 컨설턴트 등 외부 전문가들이 구성원입니다. 이들은 어떤 식당을 새로 입점시킬지, 어떤 주제로 식품 매장을 바꿀지 결정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미국 등지로 출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디저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치즈케이크, 생크림롤 등을 만드는 업체 7곳을 모은 ‘디저트 존’을 본점과 건대스타시티점에 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패션 매장 개편에 가장 주안점을 두어 왔습니다. 패션매장은 백화점의 ‘꽃’이면서 가장 중요한 매출 원천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식품매장 강화는 분명 ‘색다른 움직임’입니다.
백화점들이 식품매장 강화에 몰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는 식품매장이 좋아야 백화점 전체의 매상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성장세 둔화로 골치를 앓아왔습니다.
그런데 해외 사례를 보니 그 어떤 상품보다 먹을거리가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사람들은 문화 수준이 올라갈수록 맛(음식)이나 경험(여행)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온라인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마이 보이스’가 최근 백화점 이용 고객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을 언제 찾는가’에 대한 질문에 ‘지하 음식 코너를 이용할 때’라고 답한 응답자가 36.8%로 가장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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