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짜리 주택 평균 월세 120만원… 30년짜리 모기지로 구입하면
매달 원금+이자 120만원 갚아야해… 이자비용만 2억가량 들어가고
수리비와 보유세 2% 추가 부담… 집값 폭등 안하면 차익 기대 못해
미국에선 월세 아깝다고 집을 사야 할까?
해외에는 전세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해외에 파견된 대부분의 주재원은 매달 월세를 내고 산다. 적지 않은 비용이라 가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장기 모기지를 얻어 내 집을 마련하거나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방법 2가지다. 미국에서는 집을 사는 것과 월세를 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할까?
집을 구입하는 사람은 30년짜리 모기지를 신청하고 원금과 이자만 잘 갚아 나가면 30년 후에는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3억 원짜리 집을 6000만 원 선금을 내고 4.3%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면 이후 30년 동안 매달 120만 원씩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된다. 월세도 보통 120만 원 전후라 당연히 모기지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집 살 때 드는 이런저런 추가 비용 때문이다. 은행에서 빌린 돈 2억4000만 원을 30년 동안 갚을 때 이자 비용만 약 1억9000만 원이다. 3억 원짜리 집을 5억 원을 주고 사는 셈이다. 사는 동안 건물에 들어가는 수리비, 관리비까지 계산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단연 집주인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보유세다. 보유세는 미국에서 집 소유주는 모두 내야 하는 지방세로 집 공시가격의 2% 정도 된다. 지방정부는 이 세금으로 학교를 무상 운영하거나 도서관을 짓는 데 활용한다. 10억 원짜리 집을 소유한 사람은 1년에 2000만 원 정도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세금으로 낸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2%의 보유세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 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20’ 지수를 보자. 2000년 1월 평균 주택가격을 100으로 해 주택가격의 오르내림을 비교하는 지수다. 케이스실러20 지수의 가장 최근 수치인 2014년 1월 지수는 165.5로 최근까지 주택가격이 65% 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연평균 5% 상승한 셈이다. 얼핏 보면 미국 부동산이 보유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투자 매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리가 아닌 복리로 계산하면 연평균 수익률은 5%가 아닌 3.6%로 떨어진다. 매년 보유세 2%를 내고, 2000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물가가 연평균 1.6%씩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실질수익률은 0%에 가깝다.
그럼 부동산에서는 누가 돈을 벌었을까. 금융위기 이후 폭락했던 주택을 바로 사지 않고 기다렸다가 2년 전 현 시세보다 30% 싼 가격에 사서 지금 파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환상적인 매매를 했더라도 2년간 약 4%의 보유세를 냈고, 6%의 어마어마한 중개수수료를 내고 나면 수익률은 20%가량이다. 낮은 수익률은 결코 아니지만 미국 경제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적절한 집을 찾아서 때맞춰 사고팔았던 노력까지 감안하면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이 때문인지 미국에선 매매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수요가 극히 적다. 세금과 거래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임대시장 재편이 가속화해 월세가 급격히 늘고 있다. 미국 부동산 가격의 추이, 미국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을 살펴보면 점차 월세로 전환되는 한국의 임대시장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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