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에 사용방법이 없어요. 아파트 소화전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도 사용법을 적어 놓읍시다.”(이상원 쌍용자동차 노무담당 상무)
“콘센트로 연결되는 전선 피복 상태가 불량하네요. 갑자기 누전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려고….”(허현진 쌍용차노조 산업안전실장)
20일 오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이 상무, 허 실장을 포함한 쌍용차 노사 관계자 10여 명이 조립1공장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는 쌍용차 대표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코란도C’를 만든다.
○ 노사 공동으로 작업장 점검
생산차종이 변경될 때마다 작업라인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건물 자체는 처음 세웠던 20년 전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소화기, 콘센트 등 공장 안에 비치된 각종 시설 중에는 1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각종 시설과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안전사고를 일으킬 위험은 없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작업장을 찾은 것이다.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은 쌍용차 노조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허 실장은 “품질 향상도 필요하지만 회사 발전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른 사안은 입장이 대립할 수 있지만 안전만큼은 상호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측에 공동점검 활동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회사도 노조 측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침 이유일 사장은 세월호 참사와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등이 일어난 직후 연 임원회의에서 “사업장 안전관리 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안전교육을 진행해 달라”고 당부한 터였다.
노사는 12일 프레스생산팀을 시작으로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합동점검을 벌이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작업장 곳곳의 정리정돈 상태, 폐기물 관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리 상태, 소화기·콘센트 관리 등을 모두 둘러보는 방식이다. 일제점검을 마친 뒤에는 30일 노사 공동으로 워크숍을 열어 결과를 공유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 협력업체 안전도 챙겨
공동점검 활동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인식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출근 때 안전모 착용, 퇴근 때 콘센트 확인 등 기본적인 사항이 점점 몸에 배고 있다. 박흥권 산업안전팀장은 “처음에는 ‘형식적인 활동’이라며 귀찮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직원들의 호응도 높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전보건 공생협의회’가 대표적이다. 매달 둘째 금요일 노무담당 상무와 산업안전팀장, 협력업체 대표 등이 모여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이 상무는 “2008년까지 1%를 웃돌던 산업재해 발생률이 이제는 1% 밑으로 떨어졌다”며 “수박 겉핥기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샅샅이 뒤지는 방식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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