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달아오른 삼성그룹주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 소식이 알려진 12일 이후 뛰기 시작한 삼성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따라 소폭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상승 추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삼성SDS 상장 추진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계열사에 투자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보유 지분가치도 크게 올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142만2000원으로 마감해 이 회장 입원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9일에 비해 주가가 6.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7% 상승에 그쳤다. 삼성생명, 삼성물산, 제일기획, 호텔신라 등 삼성계열 상장사 17곳의 평균 시가총액 상승률은 5.9%였다. 이 덕분에 26일 종가 기준 삼성그룹주들의 시가총액은 326조1460억 원으로 9일과 비교하면 20조 원 가까이 불었다.
○ 주력 계열사 대부분 주가 상승
한국 증시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 주가는 13일 이후 140만 원대에 안착했다.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140만 원대를 유지한 건 지난해 12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10만2500원으로 마감해 9일에 비해 9.0%, 삼성물산은 4.1% 각각 상승했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이 3개 종목의 시가총액 증가액만 약 15조 원에 이른다.
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커지자 삼성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되고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 상장사의 보유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늘리면 삼성전자 등 삼성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친화정책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투자자들 사이에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주가 강세를 보이자 삼성그룹주 펀드에도 최근 보름 동안 7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고 펀드수익률도 좋았다. 지난주 ‘동양 모아드림삼성그룹증권투자신탁1(주식)A’, ‘한국투자 삼성그룹증권투자신탁1(주식)A’, ‘한국투자 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2(주식)A’ 등은 각각 4.07%, 3.86%, 3.85%의 수익률을 내며 펀드 주간 수익률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 주요 계열사 투자자들도 대박
삼성그룹주 강세에 삼성 계열사뿐만 아니라 삼성 주요 계열사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지분 평가액은 9일 대비 1조2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시를 통해 지분이 5.0% 이상이라고 신고한 삼성그룹 계열사 14곳의 지분 평가액을 살펴본 결과다.
삼성에버랜드의 2대 주주인 KCC그룹 오너 일가도 지분가치가 급증했다. KCC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최근 KCC 주가가 급등하면서 정몽진 KCC 회장의 보유 주식가치는 23일 기준 1조912억 원으로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정 회장의 지분가치는 27.5% 늘어났다. 정 회장의 아버지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지분가치도 3105억 원으로 연초보다 25.2%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가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부각되면서 KCC의 보유 자산가치가 부풀어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의 상장사 지분 가치는 11조5030억 원으로 연초 대비 5.7% 늘어 상장사 주식부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지분 가치는 1조5466억 원, 이재용 부회장은 1조2001억 원으로 각각 9.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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