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구매(해외 직구) 전성시대다. 필자도 삭스피프스애비뉴, 니먼마커스, 노드스트롬 등 미국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과 신발을 종종 구입하는 ‘해외 직구족’이다.
2001년 1300만 달러(약 133억 원)로 전체 소비재 수입액의 0.07%에 불과하던 해외 직구 금액은 지난해 말 10억 달러(약 1조 원)를 넘어서면서 전체 소비재 수입액의 1.8%까지 늘어났다.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 직구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국내에서 파는 똑같은 상품을 세일 및 이벤트 기간에 구입하면 절반 가격으로, 할인 폭이 큰 상품은 3분의 1 가격 아래로도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 미국 쇼핑몰에는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외 직구는 상품시장을 완전 경쟁시장에 한층 가깝게 만들어 그동안 폐쇄적 유통 정책을 고수하던 많은 브랜드에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같은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유독 비싸게 팔아 온 브랜드들이 국내 판매가격을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쇼핑몰들은 세일 및 이벤트를 한다는 달콤한 e메일과 할인쿠폰을 수시로 보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필자도 종종 ‘너만을 위한 추천 아이템’이라는 제목으로 즐겨 입는 스타일과 브랜드의 옷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e메일을 받는다.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끊임없이 열게 하는 미국 쇼핑몰의 마케팅 때문에 해외 직구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소비자’는 경제적 효용의 극대화를 목표로 선택하는 반면 ‘중독된 소비자’는 중독 대상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다.
해외 직구는 저렴하게 구매해 경제적 효용을 높이기 위한 ‘똑똑하고 깐깐한 소비’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엄청 싸다’는 이유로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중독된 소비자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요즘이다. ‘지금 사두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국내보다 훨씬 싸니 사는 게 남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딱히 필요한 물건도 아닌데 장바구니에 담으며 스스로를 ‘스마트한 소비자’라고 여긴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40% 세일에 현혹돼 ‘지른’ 옷 두 벌이 아직 개시도 못한 채 옷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고 싶어 시작한 해외 직구, 그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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