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판을 녹여 쇳물이 좌우로 넘나들면서 비로소 하나의 견고한 철판이 탄생하듯이, 지식융합도 이질적인 분야가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고 고뇌하는 가운데 비로소 새롭게 탄생한다. ―브리꼴레르(유영만·쌤앤파커스·2013년) 》
전문가가 넘쳐나는 시대다.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하다고 여겨졌던 일들도 전문적인 일이라면 각광을 받는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하면서 재야에 은둔하던 온갖 부류의 고수들이 주가를 올리며 활발히 활동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문가라고 해서 다 같은 전문가는 아니다. 진정한 전문가로 부르기엔 다소 모자라는, 이름만 전문가도 적지 않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부족하거나 현학적인 이론에만 파묻혀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미래를 책임질 진짜 전문가의 모델로 ‘브리꼴레르’를 제시한다. 브리꼴레르는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아프리카 원주민을 관찰하면서 나온 단어다. 레비스트로스의 설명에 따르면 ‘손 재주꾼’으로 번역되는 브리꼴레르는 보잘것없는 판자 조각, 돌멩이, 못 쓰게 된 톱이나 망치를 가지고 쓸 만한 집 한 채를 거뜬히 짓는다. 알아도 아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일들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한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상황, 수시로 튀어나오는 변수, 예측불허의 딜레마 등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고 그것을 신속하게 시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들이 보여주는 이런 특징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한 자질이 아닐까.
정해진 규칙 없이 요동치는 상황에 미리 정해둔 대안들은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다양한 경험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책으로만 익힌 지식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강하려면 유연성과 순발력이 뛰어나야 한다. 예고 없이 달려드는 낯선 위기에서도 적절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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