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인기가 급감했던 중대형(전용면적 85m² 초과) 아파트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올 들어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가 하면 미분양 물량도 서서히 줄고 있다.
4월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전용 95.9m² 이상∼135m² 미만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해 말 대비 0.49% 올랐다. 135m² 이상 대형 아파트 가격도 0.12% 오르는 등 중대형 아파트의 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
소형-중대형 가격 격차 역전
중대형 아파트의 단위 면적당 분양가가 소형 아파트에 비해 저렴해진 점도 깐깐한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끄는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용 85m² 초과 아파트의 3.3m²당 분양가는 1600만 원으로 고점을 이뤘던 2008년(2321만 원) 대비 31.1% 떨어졌다. 주택 시장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에는 분양가가 높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자금 부담이 큰 중대형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면서 2012년을 기점으로 소형 아파트의 3.3m²당 분양가가 대형 아파트를 추월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못지않은 청약 성적을 내는 중대형 단지도 늘고 있다. 인천시 구월 보금자리지구에서 4월 분양된 ‘한내들 퍼스티지’는 전용 94, 121, 124m² 중대형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된 반면 전용 74, 84m² 주택형은 미달됐다.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량이 최근 몇 년 새 급감하자 일부 지역에서는 중대형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싼 집값에 대한 부담과 자녀 양육 등의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2, 3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분양 나선 중대형 아파트
대우건설이 23일 본보기집을 열고 분양을 시작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중대형으로 구성된 최고급 주상복합단지로 조성된다.
이 단지는 지하 9층∼지상 38층으로 구성되는 아파트동과 39층짜리 사무실과 오피스텔이 함께 들어간 업무동이 분리돼 지어진다. 아파트는 전용 112∼273m² 151채 가운데 106채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일부 주택형에는 2, 3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한 설계가 적용됐다.
삼성물산도 용산역 인근에서 ‘래미안 용산’ 주상복합 아파트를 다음 달 분양할 예정이다. 최고 40층 높이의 2개 동에 걸쳐 아파트(전용 135∼243m², 195채)와 오피스텔(42∼84m², 782실)로 조성된다. 이 중 아파트는 조합원 분을 제외하고 총 165채가 일반 분양된다.
중흥건설은 다음 달 세종시 3-2생활권 M6블록에서 중대형으로 구성된 ‘중흥S-클래스’ 9차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5월 진행한 청약 접수 결과 ‘완판’ 기록을 세운 8차 단지에 이은 후속 물량.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19개 동에 걸쳐 전용 84m² 632채, 98m² 155채, 109m² 113채 등 총 900채로 구성된다.
두산중공업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서 고급 아파트 ‘트리마제’를 분양하고 있다. 총 688채 중 전용 136∼216m² 총 210채가 중대형으로 구성된다.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변형 벽체를 적용한 점이 돋보인다. 전용 216m² 펜트하우스는 현관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 공간을 분리해 부모 및 자녀 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게 했다.
대우건설이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A6블록에서 분양 중인 ‘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는 1066채 전체가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전용 93m² 257채, 101m² 805채, 114m² 4채로 구성됐다. 미사강변도시에서 처음으로 공급되는 중대형 민영아파트로 분양가는 3.3m²당 평균 1300만 원대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일대에서는 요진건설산업이 중대형을 포함한 ‘일산 요진 와이시티’ 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중대형 아파트는 변치 않는 잠재적 수요가 있는 반면 경기 불황으로 공급이 많지 않았던 만큼 입지 여건이 좋은 아파트에 대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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