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산업현장 찜통더위-전기요금, ‘스프링쿨’이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월드비텍
건물 표면에 물 뿌려 태양열 차단… 경제성 뛰어나
설치비 정부지원, ‘친환경·고효율’ 한꺼번에 해결

K-SURE 제공(왼쪽), 월드비텍 제공(오른쪽 위)
K-SURE 제공(왼쪽), 월드비텍 제공(오른쪽 위)
무더위가 예고된 올 여름. 전력난만큼이나 걱정인 게 전기요금이다. 거대한 공장 실내에 대형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펑펑 틀어대다 보면 돌아오는 것은 결국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다. 폭염에 취약한 사업장들도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기를 아껴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중소기업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아이디어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에어컨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하는 냉방장치 기술이다.

㈜월드비텍(대표 김근기·www.worldbestech.com)은 자체기술로 개발한 ‘스프링쿨 시스템(Sprinkool System)’을 통해 ‘친환경과 고효율’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이 회사의 스프링쿨 시스템은 물이 증발할 때 기온이 내려가는 원리를 이용해 실내온도를 냉방하는 기술이다. 물이 증발하면서 많은 주변 열을 흡수하는 물리적 현상을 활용, 건물을 통째로 식히는 특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여름철 건물 지붕의 표면 온도는 최고 섭씨 90도까지 올라간다. 이때 지붕 위에 물을 분사하면 물이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 지붕의 열기가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해 냉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름철 야외에서 그늘막을 만들어 시원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의 이 시스템은 단열재를 여러 겹으로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단열효과를 낸다.

스프링쿨 시스템을 통해 건물의 외피 온도는 여름철에도 계속 섭씨 30도대 상태로 유지된다. 건물 지붕에 설치된 인공지능 센서는 외피 온도가 40도를 넘어서면 나눠진 표면에서 번갈아 가면서 물을 뿌린다. 실내에서는 천장 온도가 낮게 유지되면 바닥에서의 열기가 위로 분산돼 사람들이 서 있는 지표면은 자연스럽게 온도가 내려가게 된다.

김근기 ㈜월드비텍 대표는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여름철 생산 공장 내부의 열기를 식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연구소의 성적서에 따르면 스프링쿨 시스템을 통해 실내온도가 약 3∼5도 내려가고 실내 에어컨 냉동부하도 20∼30% 절감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월드비텍은 1999년 이 기술로 한국과 미국특허를 획득했고 품질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 ‘ISO 9001’ 인증도 2건을 받았다. 이 밖에도 스프링쿨 시스템과 물 분사 방식, 냉각장치 등에서 10여 건의 특허 실용신안등록도 취득했다.

국경 넘은 우정의 나눔 특허… 200여 기업에 납품


‘지붕살수 냉각시스템’이 특허를 받기까지는 드라마틱한 일화가 있다. 김 대표는 1990년 중반, 한국 특허에 이어 미국 특허를 내기 위해 특허청을 찾았으나 거절당했다. 외국에 유사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특허 보유자는 바로 미국 앨라배마에 사는 짐 스미스 씨. ‘스프링쿨’사의 대표였다.

김 대표는 특허권을 사기 위해 즉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공동특허’를 내자는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 문제는 2003년 벤처기업 등록을 위해 특허보유자를 회사로 명의 변경할 당시 또 불거졌다. 공동특허를 회사특허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또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때 스미스 씨와 나눈 대화를 김 대표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짐이 ‘KK(김 대표 별칭), 꼭 그렇게 하고 싶어?’라고 물었습니다. ‘예’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특허권을 모두 무상 양도해주었습니다.”

핵심기술 특허를 돈 한 푼 물지 않고 고스란히 넘겨받은 셈이었다. 눈앞의 이득을 추구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뛰는 사업가, 즉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게 허락의 이유였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두 사내의 뜨거운 마음이 통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짐 스미스를 ‘대드(아버지)’라 부르며 국경을 뛰어 넘은 부자관계로 지낸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스프링쿨 시스템은 최근 들어 탁월한 냉방 효과와 높은 경제성으로 공장과 기업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 ㈜월드비텍은 그동안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위니아만도, GM대우, 킨텍스 등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200여 곳에 이 제품을 납품했고 해외에도 필리핀과 베트남 등 기온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20여 건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저렴한 설치비용, 정부에서 100% 지원


탁월한 경제성도 스프링쿨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일반적인 전력 냉방기의 경우 높은 구매비용에 많은 전력 사용으로 전기요금 부담도 많다. 그러나 스프링쿨 시스템의 경우 구매비용이 낮고 유지비 부담 역시 적은 편이다. 김 대표는 “스프링쿨 시스템의 설치비용은 정부가 100% 융자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적다”며 “에어컨에 비해 설치비용이 30% 미만 수준이고 운전비용도 90%나 절약하면서 실내 온도를 3∼7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로 이 제품을 설치해 이용한 기업들은 냉방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편, 스프링쿨 시스템은 지금까지 수평형 공장과 쇼핑몰 등 낮고 넓은 산업현장에서만 쓰였다. 그러나 ㈜월드비텍은 이제 이러한 일반적 상식도 깨고 있다. 아파트나 주택, 사무동과 같은 좁고 높은 수직형 건물에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수직 콘크리트 구조물의 온도를 낮춰 열대야 현상을 억제하는 신기술을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다.

신기술은 수직 구조물의 온도를 현격히 낮추는 것은 물론 도심 공기 내 분진까지 상당량 흡수 제거해 입주민의 건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야심작이다.

김 대표는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건강한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앞으로 물의 증발을 이용한 다양한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해 큰 비용 없이 냉방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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