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행복주는 제품 만들자” 감성입은 디자인, 전세계 사로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삼성그룹의 올해 화두인 ‘마하경영’의 한 축은 ‘디자인 경영’이다.

삼성은 3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5회에 걸쳐 마하경영의 사례를 임직원에게 설명했는데 네 번째 주제가 디자인경영이었다. 전략디자인경영 분야의 권위자 중 한 명인 미국 파슨스스쿨 에린 조 교수가 삼성 임직원 10명과 함께 ‘디자인으로 생각하기(디자인 싱킹)’ 작업을 하는 내용이었다. 삼성은 지난달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도 조 교수를 초청해 나이키 애플 같은 해외 기업들이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혁신했는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삼성이 디자인경영에 나서기 시작한 건 1996년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혁명’ 선언 이후다. 당시 이 회장은 “다가올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기업 디자인은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담아야 한다”며 디자인 경영 실천을 주문했다. 2001년 삼성전자엔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디자인경영센터가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혁명 선언이 있었던 1996년부터 2005년까지의 시기를 ‘디자인 1.0’이라고 부른다. 브랜드, 스타일, 디자인 영역에서의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한 시기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기능성 디자인에서 탈피해 기능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추구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이미지와 제품 디자인의 일관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0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제2의 디자인 혁명’을 선언한다. 이 회장은 밀라노에 모인 사장단에게 “삼성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은 1.5류다. 제품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말하며 디자인 혁신을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1996년 디자인 혁명 선언 이후 디자인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었지만 초일류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약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삼성은 △독창적 디자인과 UI 체계 구축 △디자인 우수 인재 확보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조성 △금형기술 인프라 강화 등 4대 디자인 전략을 선포했다.

제2 디자인 혁명이 시작된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2.0’ 시기다. 이때부터 삼성은 초일류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해 소비자의 동향과 요구사항을 더욱 체계적으로 조사해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삼성전자는 ‘디자인 3.0’을 추구하고 있다. 디자인 3.0의 키워드는 ‘가치창출’이다.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부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디자인을 통해 행복과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제품 디자인에 자연 친화적이고 사용자를 배려하는 감성 등을 입히기 시작했다.

삼성의 디자인경영은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4’에서도 총 38개의 수상작을 배출했다. 1996년 이후 세계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은 800여 건에 이른다.

삼성 관계자는 “디자인을 혁신한 보르도TV를 개발해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 것처럼 디자인은 제품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차별화된 삼성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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