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단순하거나 역동적이거나… 유럽서 인정받은 디자인 DNA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되 이와 함께 품격이 깃든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 달라.”

올 3월 독일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우리 차 디자인이 점점 좋아지면서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디자인 때문에 선택받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현대·기아차 디자인 DNA를 끊김 없이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유럽디자인센터를 직접 찾아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글로벌업체의 기술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주행성능과 디자인 등 감성적 차별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05년부터 디자인 경영을 시작했다.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화’,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연한 역동성)’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기아차, 직선의 단순화


기아차는 2006년 7월 디자인 경영의 첫걸음으로 아우디 ‘TT’를 디자인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을 영입하고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방향을 제시했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미다.

2008년부터 성과가 나왔다. 기아차는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가 ‘키’를 통해 호랑이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보였다. 이 디자인은 2008년부터 나온 ‘로체’, ‘포르테’, ‘쏘울’, ‘K’ 시리즈, ‘R’ 시리즈 등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차, 유연한 역동성

현대차는 2009년 ‘YF 쏘나타’와 ‘투싼ix’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선보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율, 매끄러운 조각과 같은 느낌의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에는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으면서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적용했다. 헥사고날(6각형)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역동적인 느낌을 살린 측면부, 전체적으로 세련되면서도 역동적 이미지가 특징이다. 실내 공간도 한층 정제된 고품격 이미지를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선보인 신형 ‘LF 쏘나타’에도 같은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했다.

글로벌 R&D 네트워크로 디자인 협업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미국, 독일, 일본, 인도 등에서 디자인 및 차량 개발을 위한 R&D를 함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5년 앤아버에 있던 미국기술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디트로이트 인근 슈피리어 타운십으로 이전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도였다. 이 연구소는 디자인, 설계, 테스트한 차량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 공급할 수 있는 핵심 거점이다. 신형 쏘울은 한국과 미국의 글로벌 협업을 통해 탄생한 디자인 합작품의 대표적 사례다.

유럽기술연구소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고품질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엔진 다운사이징, 제어 로직 개발 등 유럽형 파워트레인의 연비와 동력성능을 개발한다. 또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의 디자인부터 체코, 터키, 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현지 공장의 품질 개선 활동까지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3월엔 신형 제네시스, ‘i10’, 신형 쏘울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14 레드닷 디자인상’ 수송디자인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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