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1일 단체협약을 통해 방만경영 사례로 지적된 ‘임직원 자녀 영어캠프 지원’ 등 대부분의 복리후생을 폐지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그러나 ‘경영평가 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안건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빼면 평균임금을 바탕으로 산정되는 퇴직금이 줄어든다며 노조가 ‘합의 불가’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수공 관계자는 “노사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부분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공공기관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공공기관은 노조를 설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에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기관이 성과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관장 해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일부 기관, 협상 테이블에도 못 앉아
1일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에 포함하고 있는 24개 중점관리기관 중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22곳에 이른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그랜드코리아레저만이 정부 안을 받아들여 단협을 수정했을 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 굵직한 공공기관들은 아직 노조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조의 반발이 극심한 한국철도공사 등 일부 공공기관은 아직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노조의 저항이 거센 이유는 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할 경우 퇴직금 액수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평균임금에서 성과급을 빼고 퇴직금을 산정한다면 20년차 직원의 경우 퇴직금이 15%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들은 “현실적으로 노조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노조가 단협 안건에서 성과급 문제를 빼지 않으면 다른 안건도 합의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라며 “노조를 설득하려면 다른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복리후생 제도 전체를 축소하는 상황이라 방법이 여의치 않다”며 답답해했다. ○ 공공기관, 노조 눈치 보기 극심
공공기관과 노조의 ‘눈치 보기’도 사태 해결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기관들은 다른 공공기관이 먼저 단협에 사인하지 않는 이상 먼저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며 눈치를 보고 있다.
노조는 다른 공공기관 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노조연맹 등 상급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 노조는 중점관리기관 중 가장 먼저 단협에 나섰다는 이유로 한국노총 공공노련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공공기관 노조가 사측과 협의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영평가 성과급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있는 비정기적 수당이라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며 “9월까지 공공기관이 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는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평가를 통해 기관장 해임과 임금 동결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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