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업체가 ‘대규모 리콜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 설계와 생산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가운데 품질 문제도 커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의 리콜 규모는 1990년대 10년간 1억2300만 대에서 2000년대에는 1억7000만 대, 2010년대에는 4년 동안에만 8500만 대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내 리콜 차량은 모두 1360만 대로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체 자동차(1558만 대)의 87.3%에 이른다.
포드 역시 지난달 29일 동력에 의한 조종 장치(파워 스티어링) 문제로 북미 지역에서 약 140만 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올해만 290만 대로,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밖에도 도요타(약 686만 대) 닛산(약 99만 대) 크라이슬러(78만 대) 등도 올해 리콜 규모가 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전문가들은 자동차 생산 환경의 변화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원가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자동차업계는 부품 공용화에 공을 들여왔다. 과거에는 차종마다 달랐던 부품들을 여러 차종에 공통으로 사용하면 신차 개발이나 제조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부품을 함께 사용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부품에 불량이 생기면 불량차도 급속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은 친환경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자동차에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자동차 부품이 복잡해지는 것도 리콜 급증의 주된 이유다. 친환경차량인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IT 업체 등 외부에서 들여온 특허가 약 6만 개 사용된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이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할 수는 없다. 결국 부품 협력업체들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량 차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업체들의 기업경영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GM은 초단기적인 재무성과에 집착해 57센트(약 600원)짜리 부품 결함을 숨기려다 뒤늦게 리콜을 했다. 이 때문에 13억 달러 이상의 배상과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반면 2009년 급가속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경험했던 도요타는 최근 ‘잘못이 있으면 즉시 대응한다’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리콜에 나서고 있다. 김 교수는 “리콜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데다 대규모 리콜에 따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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