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황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작가 가리 카스파로프는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와 체스 게임을 했다. 결과는 카스파로프의 패배였다. 인간이 두뇌를 사용하는 게임에서 기계에 진 것이다. 체스 마니아들은 이 결과를 놓고 격렬하게 토론했다. 또 다른 게임을 통해 체스 고수가 누구인지 결론이 났다. 고수는 인간과 컴퓨터의 결합이었다. 인간과 컴퓨터가 함께 팀을 만들 때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인간과 기계(컴퓨터)가 결합한 시너지 효과는 체스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하는 상황은 인간이 기계를 적절하게 활용할 때다. 인간과 기계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이런 만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간과 기계는 어떻게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할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브린졸프슨, 앤드루 매캐피 교수는 저서 ‘기계와의 경쟁’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들은 인간이 기계를 잘 활용해서 혁신을 도모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조직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기업은 이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만들었다.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와 아마존은 기존 제품을 더 싸게 공급했고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마존에는 간단한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을 찾는 구인·구직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여러 기존 제품을 합쳐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가능하다. 만일 MIT의 한 학생이 사진을 공유하는 간단한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이 학생은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사용이 편리한 기존 앱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빠르고 간단하게 사진 공유 앱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페이스북을 활용하면 앱 이용자를 단기간에 수십만 명이나 모을 수 있다.
인간은 여전히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아우성이다.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 당시에도 인간은 똑같은 얘기를 했다. 기계와 싸우는 사람은 일자리를 빼앗긴다. 반면 기계를 적절히 활용하는 사람은 건재하다. 인간은 기계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때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역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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