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2기’ 서울 부동산 명암… 韓電 땅 등 국제교류지구 개발 탄력
강남 일대 중개업소 매물 문의 쇄도… 용산은 ‘정몽준 공약’ 무산 아쉬움
“이 근처에 남는 땅이나 빌딩 없어요? 빌딩 하나 지을까 하는데 벌써 많이 올랐습니까?”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S공인중개업소. 말쑥한 차림의 한 50대 남성이 땀을 닦으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되면서 삼성동 일대에 건물 지을 땅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주민들도 개발 기대감이 큰 상태라 매물은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6·4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박원순 2기’를 맞는 서울 부동산시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박 시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의견 차가 컸던 곳에서 먼저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삼성동, 용산구 일대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 강남 일대-마곡지구 개발 기대감
박 시장은 4월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터 등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묶어 약 72만 m² 규모의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중심지를 조성하는 ‘국제교류 복합지구’ 개발사업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열세 지역인 강남 표심을 잡기 위해 급조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실제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송파구에서 53.41%의 득표율로 정 후보(45.88%)를 앞지르면서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강남3구’의 아성을 깼다. 이 지역 일대가 개발되면 테헤란로가 잠실까지 연장되는 효과가 발생해 강남의 오피스 및 상업지구의 중심축이 강남역·역삼역 인근에서 삼성동 일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인근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홍선표 미래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려는 젊은층의 문의가 많다”며 “전용 60m² 이하 소형 주택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에 가격을 회복했고 다른 아파트들도 연초와 비교해 호가가 2000만∼3000만 원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개발사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이 일대 상가의 ‘공동화’가 우려되는 만큼 건물 매입 시 상당 기간은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동과 함께 강서구 화곡동 일대 마곡지구 역시 ‘박원순 2기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박 시장이 의욕적으로 조성한 마곡지구 일대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용산
정 후보가 선거 공약으로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용산구 일대의 허탈감이 크다. 서부이촌동 주민 이모 씨(57)는 “통합개발에 대한 청사진 없이 주거지부터 정비하면 난개발이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현실론’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 임현택 베스트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분리개발 방침이 주택 정비사업의 속도를 내기에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보는 주민도 많다”며 “6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 차원에서라도 이 지역 토지의 용적률을 대폭 늘려주면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는 수색역세권 개발사업지를 비롯해 박 시장이 추진 의지를 밝힌 구도심 지역에선 아직까지 ‘훈풍’이 본격적으로 불지 않는 분위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낙후된 구도심 정비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라 ‘반짝 호재’가 아닌 데다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해 당장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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