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내 데이터의 저장, 복구, 삭제 등 모든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명재 명정보기술 사장(57)은 3일 충북 청원군 오창읍 과학산업3로 사무실에서 “해외 시장은 아직 여지가 많은 만큼 적극 개척해 2016년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명정보기술은 컴퓨터, 휴대전화, 폐쇄회로(CC)TV 등 각종 저장장치의 손상된 데이터를 복구해주는 업체로 하루 평균 100건, 연간 2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복원하고 있다. 복구율은 73% 수준으로 세계 5위 안에 든다.
2010년 국방부 합동조사반의 의뢰로 45일간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천안함 내부 CCTV의 데이터 복원을 맡았다. 진흙을 털어내고 하드디스크를 분리해 보니 하얗게 부식돼 있었다. 외국 전문가들조차 복구가 어렵다고 했지만 명정보기술은 중견 기술자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 10일간의 밤샘 작업 끝에 침몰 전 병사들이 교대 근무, 체육 활동을 하는 영상을 복원했다. 이를 계기로 자작극 논란은 수그러들었고 천안함 피격 시점도 밝혀졌다. 같은 해 추락한 링스헬기의 데이터를 복원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비롯해 대검찰청, 국가정보원 등에 핵심 기술을 전수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높이 사 세계 최대 저장장치 제조회사인 시게이트는 2012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데이터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복구해주는 업무를 명정보기술에 맡겼다. 이에 앞서 명정보기술은 말레이시아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태국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10여 개국 민간 업체에 로열티를 받고 데이터 복구 기술을 이전했다.
이 사장은 2012년 ‘올해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그는 “수출 규모가 더 큰 중소기업도 많지만 기술 수출에서도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데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 310억 원 가운데 350만 달러(약 36억 원)를 기술 수출로 벌어들였다.
충북 괴산에서 5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난 이 사장은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비가 없고 해외 유학 등의 혜택을 주는 금오공고에 진학했다. 군에서 부사관으로 5년간 정비를 하고 제대한 뒤 1982년 하드디스크 헤드 세계 1위 제조업체인 미국계 AMK에 생산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매일 2시간 먼저 출근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관련 원서를 베껴 쓰며 공부했다. 미국인 대표의 고장 난 컴퓨터를 수리해준 것을 계기로 입사 3년 만에 기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발탁된 뒤 승진을 거듭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수리 책임자가 됐다.
인건비가 치솟자 AMK는 1990년 국내 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겼다. 컴퓨터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 그는 축적한 기술과 거래처를 토대로 동료 3명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수리 회사를 차렸다.
“비용은 얼마든지 줄 테니 저장된 정보를 되살려 달라는 고객이 많아 1993년 데이터 복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처음일 겁니다.”
명정보기술은 직원 260여 명에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수리, 데이터 영구 삭제 등의 사업에도 나섰다. 2004년에는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고 저장 용량이 큰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대기업보다 먼저 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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