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베트남 깜라인 공항에서 차로 2시간 이상 달려 도착한 닌투언 성 닌선 현 땀응언2 마을.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라던 베트남 공무원의 말대로 1960년대 우리 농촌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넓은 지역에서 옥수수가 자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바싹 말라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 사이로 잘 정비된 5000m² 규모의 고추밭이 눈에 들어왔다.
“신 짜오.”(안녕하세요)
잡초를 뽑던 피낭하티엠(33) 실팜프억(34·여) 씨 부부는 외국인인 기자를 낯설어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최근 CJ그룹 직원들을 워낙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이 부부가 키우는 고추는 CJ에 공급할 물량이다.
CJ는 이 마을에서 수확한 고추를 수입해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원료로 쓸 계획이다. 지금은 농가 두 곳에서 한국 고추 7종을 시험 재배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CJ의 농업 전문가들이 매달 이 고추밭을 찾았다. 이들은 피낭하 씨 부부를 비롯한 두 농가에 한국 고추 종자를 제공하고 재배 방법을 일일이 알려줬다. 펌프를 설치하고 관개용 수로를 연장하는 한편 모내기 방법과 퇴비 만드는 법, 농자재 사용법도 교육했다.
옥수수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없어 고민하던 피낭하 씨에겐 새로운 희망이 됐다. 그는 “팔 곳이 있다니 농사지을 맛이 난다”며 “한국 고추는 우리 마을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 3000만 동(약 143만 원) 정도를 버는데 이 마을에서는 소득이 높은 편에 속한다. ‘락라이’라는 소수민족인 이 마을 사람들은 전기와 수도 시설이 잘 갖춰진 집이나 아이들의 고등교육은 꿈도 못 꾼다. 피낭하 씨는 “고추 재배가 잘돼서 빨리 마을 전체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돈도 벌고 애들 대학도 보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CJ그룹의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의 일환이다. CSV는 사업에 공동체를 위한 가치 창출 요소를 녹여내는 활동을 말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좋은 품질의 원료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마을 주민들은 계속 소득을 올리며 상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희경 CJ그룹 CSV경영실장은 “베트남 계약재배가 확산되면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중국산 고추보다 월등할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도 일회적인 물품 지원보다 지속적인 소득이 생기는 CSV 사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베트남 정부도 참여한다. KOICA는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지원해 펼치는 베트남판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봉사단을 파견해 아동 교육, 주거 환경 개선 활동에 나선다. CJ그룹과 함께 마을회관을 보수해주고 놀이터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또 닌투언 성 정부는 CJ와 주민 사이의 소통을 담당한다. 도흐우 응이 부성장은 “이 사업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같이 농촌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역발전 모델로 기대가 크다”며 “전담 조직을 만들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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