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개선 1년 변화 살펴보니
중간상인 없앤 매장 잇달아 확대… 값싸고 신선한 먹거리 식탁 올라
생선-육류까지 지역 직거래 급증
6월 첫주 주말 서울 서초구 매헌로 이마트 양재점. ‘로컬푸드 유기농 농산물 코너’에 주부들이 몰려 있다. 주부들은 각종 쌈채소와 애호박, 가지 등을 살펴보며 “이거 어디서 기른 거예요”라고 물었다. 판매를 하던 서영미 씨(28·여)는 “여기서 가까운 강남구 율현동에 저희 농장이 있어요. 이거 다 오늘 새벽에 따온 거예요”라며 웃었다. 오늘 수확한 채소란 말에 주부들의 눈은 더 커졌다.
서 씨가 파는 채소는 매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밭에서 따왔다. 서 씨의 고모부인 정영호 대표(58)가 운영하는 이푸른농원이 생산하는 유기농 농산물이다. 이푸른농원은 올해 2월부터 이마트 양재점과 역삼점 성남점에 직접 채소를 내다팔고 있다. 이렇게 같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로컬푸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농수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로컬푸드는 이를 위한 첨병이었다. ‘생산자-수집상-생산지도매상-소비지도매상-소매상’ 등으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농수산물의 판매가가 올라가고 신선도는 떨어졌다. 유통 비용만 늘어나는 거라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적었다. ‘생산자-점포-소비자’로 유통 단계를 간소화한 로컬푸드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 로컬푸드, 양적·질적 성장
효능이 부각되면서 로컬푸드 매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20여 곳인 로컬푸드 매장을 올해 안에 5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2016년에는 100곳을 여는 것이 목표다. 이마트는 지난해 50개 매장에 로컬푸드 코너를 뒀는데 올해 30개 매장을 추가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45개 점포에서 팔던 120여 개 품목의 로컬푸드를 올해는 80개 점포, 150여 개 품목으로 늘릴 예정이다.
양적인 성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질적인 성장도 눈에 띈다. 이푸른농원의 채소는 농약을 쓰지 않은 것들이다. 그렇다 보니 하루만 지나도 금방 시든다. 냉장 보관을 해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친환경 채소라도 소비자의 눈에 들기 쉽지 않은 것. ‘당일 수확, 당일 판매’가 이뤄지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이푸른농원은 양재점에서 직송 판매를 시작한 이후 매출이 5배로 뛰었다. ○ 로컬푸드, 품목 다양화
로컬푸드가 농산물 이외의 품목으로도 확대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3일 부산 서구 충무대로에 위치한 부산의 최대 규모 수산물 경매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방금 경매를 마친 생선들이 나무 상자에 실린 그대로 트럭에 옮겨졌다. 로컬푸드로 공급되는 제품이라 예전처럼 스티로폼 상자에 옮겨 담고 냉장 처리를 하지 않는다. 포장비와 인건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생선을 실은 트럭 6대는 부산과 김해 창원 등 인근 11개 이마트 매장으로 향했다. 모두 1시간 30분 내에 갈 수 있는 곳. 대구나 경기 남부에 있는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각 점포로 직접 간다.
새벽에 경매에 나온 생선은 오전 10시면 매장에 진열된다.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이런 수산물 로컬푸드 방식으로 원가를 25%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절감된 원가는 판매가에 반영된다. 빨간 고기로 불리는 생눈볼대 5마리는 이마트 부산 금정점에서 1만2900원에 팔린다. 로컬푸드가 아닌 다른 지역 매장보다 3000원가량 싼 가격이다.
금정점은 올해 1월부터는 한우고기도 김해축협으로부터 로컬푸드 형태로 직접 납품 받고 있다. 이곳 역시 물류비를 줄여 같은 등급의 고기를 다른 매장보다 20%가량 싸게 판다. 김해에서 소를 키우는 조정환 씨(36)는 “대형마트에 직접 납품하면 가격 변동의 불안감을 덜 수 있다. 그러면 품질 좋은 한우고기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부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로컬푸드 ::
판매 지역 근처에서 생산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농수산물. 대개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 및 소비된다. 배송 거리가 짧아 신선도가 높고, 유통 단계가 줄어들어 판매 가격은 낮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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