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금융, 더 나은 사회]생명보험사들의 사회공헌 활동
따뜻한 금융, 이제는 실천입니다
《 개인정보 유출 등 잇단 사고와 반복되는 임직원의 일탈로 금융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본주의의 근간인 금융이 신뢰를 잃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도약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열린 ‘2014 동아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해 “창의적 아이디어와 공익(公益)이 결합된 새로운 금융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약탈적 금융’에서 벗어나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한국 금융의 신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인간 친화적 금융 혁신이 시급하다. 눈앞의 이익만 좇지 않고 금융 혁신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는 따뜻한 금융의 실천 사례들을 소개한다. 》
근육이 굳고 척추가 휘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조연우 씨(20)는 올해 건국대 정치행정학부에 입학했다. 책상 앞에 앉는 것조차 힘들지만 대학 진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해 당당히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조 씨는 “희귀난치병이 있어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복지를 실현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00만 원 상당의 안구 마우스와 아이패드 등 학습보조 기기를 지원해 조 씨의 도전을 응원했다.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2007년 힘을 모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재단을 설립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더라도 생명 존중이라는 생명보험 본업(本業)의 가치에 대해서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회사가 함께 기금을 모아 펼치는 생보업계의 공동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형 프로젝트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사회공익 실천이라는 담론이 사회 곳곳에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사회가 건강해야 생보사도 성장
보험사들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펀드를 조성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모은 기금은 총 857억 원. 생보사회공헌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힘을 합쳐 큰돈을 오랜 기간 투입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희귀난치성질환자 지원사업은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치료제가 없는 유전질환인 부신백질이영양증(ALD)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에게는 병세 악화를 막는 의료용 식품인 ‘로렌조 오일’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63개 협력병원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최대 500만 원의 의료비를 보조하고 있다.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직접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저소득 치매노인 지원사업은 그중 하나다. 서울 등 전국 12곳에 치매보호센터를 설치해 건강보험 장기요양 지원 대상이 아닌 경증 치매환자를 낮 시간에 돌보고 있다. 당뇨, 고혈압 등을 앓는 35세 이상 고위험 임산부와 영아에게는 퇴원 이후까지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생보업계의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금융업 본업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린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험사업을 하면서 쌓은 각종 노하우를 사회공헌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업계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과 이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금융상품 혁신으로 약자 배려
최근에는 보험업의 본질을 살린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자립 의지를 갖고 성실히 일하면서 보험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주는 금융상품을 내놓자는 것이다. 최근 선보인 장애인 연금보험은 업계와 금융당국이 힘을 합쳐 만든 대표적인 ‘따뜻한 금융상품’. 전국의 251만 등록 장애인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사업비를 최소화해 낮은 보험료를 책정하면서도 수령액은 일반 연금보다 최대 25% 많다. 회사에 돌아오는 이윤은 매우 적지만 사회에 돌아가는 편익은 크다. 금융당국도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저소득층에게 보험료 일부를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생보사회공헌재단은 올해 43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따뜻한 금융 실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경룡 생보사회공헌위 공동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은 “저소득층, 장애인, 노약자,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게 경제적 도움뿐 아니라 자립과 사회 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들을 푸는 단초를 보험업계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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