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外産장려와 新가격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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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장사 잘되시나 보네요?”

60대로 보이는 가게 주인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옆의 로데오거리 입구. 두 평 반(약 8.3m²) 정도 되는 수입과자 가게 앞은 물건을 고르는 젊은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이른바 ‘외산(外産) 장려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마트 매장마다 수입 맥주가 그득그득 쌓여 있고 거리에서는 수입과자 전문 체인점이 속속 문을 연다.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직접구매)에 열광한다. 해외 직구는 최근 미국, 유럽을 넘어 중국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이다. 직구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마다 회원이 넘쳐난다. 대형마트의 수입식품(과자, 음료, 주류) 매출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린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토록 수입품을 선호하게 됐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상거래가 불러왔던 ‘가격 혁명’이 수입 제품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해외 직구를 통해 아이 옷을 1벌에 5000원에 샀다는 주부, 수십만 원짜리 등산 재킷을 절반 가격에 구입했다는 직장인, 국내 업체가 모방한 ‘원조 과자’를 훨씬 싸게 샀다는 학생 …. 내수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쌍수를 들고 저렴한 수입품을 반긴다. 특히 이번엔 온·오프라인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온라인에서 직구 바람이 거세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을 통해 가격 변혁을 주도 중이다.

여기에다 일부 국내 업체 및 수입사들의 ‘괘씸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도 작용했다. 평소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 가격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들이 국제 배송을 도입하자 일제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흐름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나온다. 첫째,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물론이고 안목도 만만찮게 높아진 상태다. 앞으로는 이유 없이 비싼 물건, 특히 해외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는 물건은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기업들은 예전에는 내수시장 참가자(국내 기업과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와만 경쟁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해외의 무수한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한다. 셋째, 어쨌거나 최종 승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한편 치열한 경쟁이 없는 ‘닫힌 시장’에서 편하게 살아오던 국내 기업들에는 힘든 시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격전략과 관련해서는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기업의 매출은 가격과 판매량으로 결정된다(매출·R=가격·P×판매량·Q). 닫힌 시장에서는 기업이 P를 올려도 Q가 일정하므로 R가 늘어난다. 하지만 ‘열린 시장’에서는 무턱대고 P를 올리는 것은 Q가 확 줄어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부 국내 제조업체는 현재 이런 상황을 실제로 겪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P를 낮춰 Q를 늘리거나, P를 그대로 두고 Q를 늘리는 방안 등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개별 기업의 힘으로는 세계적인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막을 수 없으니 말이다. 자연계이든 인간계이든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mikemoon@donga.com
#해외 직구#수입품#가격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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