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부부생활 들여다볼 수도 없고…” 난임보험 추진하다 난감해진 보험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이상훈·경제부
이상훈·경제부
“금융당국이 권고했으니 만들기는 해야겠는데, 고객들의 부부생활까지 들여다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네요.”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난임(難妊) 부부 보험’ 상품 개발 때문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난임 부부를 위한 보험을 만들라’고 독려하면서 보험사들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보험사들은 “기초적인 상품 설계조차 쉽지 않다”며 상품 개발에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통상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性)생활을 하는데도 1년 이내에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경우를 난임 혹은 불임으로 봅니다. 난임 부부들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등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큰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을 겪습니다. 딱 부러지는 난임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데다 수십∼수천만 원의 치료비도 듭니다. 정부가 일부를 지원하지만 난임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금융당국은 난임 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 상품 개발 독려에 나선 것입니다. 보험사들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험료 산출 및 보험금 지급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난임을 판정하려면 부부가 피임했는지를 알아야 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가장 은밀한 부분인 성생활을 보험사가 직접 들여다볼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불임 판정을 받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검토하다가 포기했습니다. 불임 시술비를 지원하는 상품도 판정이 쉽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혹시 과잉 진료 수요를 부추겨 선의의 난임 부부에게 피해를 주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0대 중반이 넘어선 부부 중 일부는 신체상의 큰 문제가 없는데도 빨리 아기를 갖고 싶다며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고민 끝에 삼성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기존 건강 관련 보험 상품에 ‘난임 특약’을 포함해 원하는 가입자만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이 호응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당국과 보험사가 취지도 살리고 시장도 호응하는 해법을 찾아냈으면 합니다.

이상훈·경제부 january@donga.com
#금융당국#난임 부부#부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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