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삼성전기에 입사한 신입사원 중에는 벌써 사내 유명 인사가 된 직원이 있습니다. 세르지오 플로레스(24·사진)라는 이름의 과테말라 출신 청년인데요. KBS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패널로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플로레스 씨가 유명해진 이유는 단순히 외국인이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가 아닙니다. 대학(서울대 전기공학과)을 한국에서 나와 외국인용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문제가 영어로 출제됨)와 면접, 즉 ‘삼성고시’를 통해 삼성전기 본사에 입사한 ‘외국인 신입사원 1호’(현지채용 제외)라는 점 때문입니다.
현재 플로레스 씨는 회로설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아주 익숙하다고 합니다. 업무와 일상 대화를 100% 한국어로 하는 건 물론이고, 신입사원 연수와 각종 교육도 한국인 직원들과 똑같이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플로레스 씨가 중학교 때부터 ‘삼성맨’을 꿈꿨다는 것입니다. 정보기술(IT)과 과학에 관심 많던 똑똑한 중남미 소년은 삼성 휴대전화와 TV에 매료됐고, 삼성이란 기업을 계속 공부했습니다. 또 삼성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됐습니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한국으로 유학을 왔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자신을 설레게 했던 IT 제품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기업에 입사한 거죠. 플로레스 씨의 꿈은 중남미지역 법인장, 즉 삼성의 첫 번째 본사 파견 외국인 해외법인장이 되는 것입니다.
플로레스 씨는 “지난해 말 고향에 갔을 때 ‘삼성맨이 돼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한류 열풍도 계속된다면 대학 학부부터 한국으로 유학 오고, 나아가 취업도 한국에서 하려는 외국인이 더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법인 직원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뽑는 건 이제 당연해졌습니다. 플로레스 씨를 보면서 그의 말처럼 한국 대기업 본사에 ‘공채 시험’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흔히 보게 되는 게 결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 같은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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