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개성공단, 통일대박론의 나침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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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산업부 차장 mungchii@donga.com
이헌진 산업부 차장 mungchii@donga.com
“왜 개성공단에서 철수하지 않나요? 북한이 겁나지 않나요?”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와 재가동이라는 홍역을 치른 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A 씨는 요즘도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A 씨는 “쫓겨나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개성공단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는 없다”고 대답한다.

해외 투자에서 투자자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합당한 이유 없이 투자 자산이 동결 또는 몰수되는 것이다. 투자 시 대상국의 정치적 안정 여부, 법치 수준, 국제적 신뢰도 등을 최우선적으로 따지는 이유도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국가다. 이 때문에 북한의 우방국이라는 중국 기업들조차도 북한 진출을 꺼린다.

지난해 4월 각종 자재와 완제품 등을 승용차 꼭대기까지, 실을 수 있는 한계까지 바리바리 싣고 개성공단에서 쫓겨나던 한국 입주기업들의 모습은 북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였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한 지 9개월. 남북관계는 여전히 긴장감이 돌지만 개성공단을 둘러싼 잡음은 언제 있었느냐 싶게 잦아들었다. 얼마 전 동아일보는 심층탐사기획으로 ‘개성공단 10년의 명암’을 다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35곳(전체 123곳의 28.5%)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였다.

경영자들은 개성공단의 매력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한결같이 인프라와 노동력, 생산성, 물류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개성공단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고’, ‘무한한 가능성’, ‘월등한 경쟁력’ 등의 표현이 쏟아졌다. 한 경영자는 “지구상에 향후 10년 안에 개성공단보다 더 경쟁력 있는 공단이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 다른 경영자는 “개성공단은 장점이 너무 많아 꼽기조차 어렵다”고 말한다.

게다가 개성공단의 확대를 바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올해 2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몇 년 전만 해도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 수가 2000여 개였다”며 “지금 다시 수요 조사를 하면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나 개성공단기업협회에는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입주 기업가는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투자를 하겠다”고 말한다.

실제 개성공단에서 10년 사이에 철수한 기업은 없다. 5곳의 경영권이 바뀌었는데 이들도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에는 공장 2곳이 가동을 새로 시작해 현재 입주기업은 모두 125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파동 이후 개성공단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찬사에서 남한과 북한이 제대로 된 경제협력을 한다면 북한 리스크는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남북 정부 간의 합의, 남측의 인프라 건설 및 투자 보증, 남한 중소기업의 대규모 투자, 북한의 안정적인 인력공급 등 개성공단을 움직이는 남북 경제협력의 큰 틀은 확실히 효과적이다. 개성공단은 ‘통일대박론’이 허황되지 않음을 현실에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헌진 산업부 차장 mungchii@donga.com
#개성공단#통일대박론#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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