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탄탄한 실적을 올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1∼3월)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346.4% 증가한 445억 원. 경기침체에도 순익이 많이 증가한 것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경쟁사보다 시황에 덜 의존적인 수익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금융지주의 대표사 격인 한국투자증권뿐만 아니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자회사들이 골고루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부진하던 금융투자업계가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금융지주의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 똑똑한 맏형 ‘한국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안에서 수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업계 최상위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 부진 속에 1분기 실적도 선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이 571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48억 원으로 109% 늘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판매관리비와 효율적인 비용 집행 구조 때문에 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올해 최대 규모 이벤트로 평가받는 삼성SDS의 상장 주간사회사로도 선정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꾸준한 실적 외에 근본적으로 확고한 오너 체계를 갖춘 탄탄한 지배구조도 한국투자증권의 장점으로 꼽힌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는 탄탄한 지배구조가 중요하다”며 “한국투자증권의 경영진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확고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진이 장기적 비전을 가진 투자에 나설 수 있고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 형제회사들도 선전
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이익 기여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때 70%에 이르렀던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 기여 비중은 60%대로 떨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비중이 커진 덕분이다. 특히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펀드시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동안 잔액을 300% 이상 늘리며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에 대한 기여도를 높였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도 대박을 터뜨렸다. 2011년 9월 국내 벤처캐피털 가운데 가장 먼저 카카오 투자에 나선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당시 카카오 전환우선주 50만 주를 주당 1만 원에 사들였는데 지난달 합병 발표에서 카카오가 주식 매수 예정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은 11만3429원. 이 가격으로만 계산해도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인수가 대비 10배가 넘는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카카오 투자가 성공하면서 최근 2년간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반기(7∼12월) 전망도 밝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하반기에는 카카오톡 지분 평가익과 삼성SDS 상장에 따른 수익 발생 등이 예정돼 있어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금융지주 혼자만 선방해서는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체 업황의 흐름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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