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에 “기상 출근 준비”라고 입력하자 방과 거실에 있는 커튼이 자동으로 열린다. 주방에 있는 커피포트에도 물이 끓기 시작하고 보일러는 샤워하기에 알맞은 온도로 물을 데운다. 현관을 나서기 전 모바일 메신저에 “외출 전 전원 오프”라고 입력하면 모든 방의 조명이 꺼진다. “차량 시동”이라고 입력하자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에 시동이 걸린다.
퇴근길에 들른 백화점에서 각 매장 앞을 지나자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알람이 울린다. 각 매장에 설치된 센서가 스마트폰이 가까워진 걸 감지해 할인정보와 할인쿠폰을 보낸 것이다. 답장하듯 메신저로 제품명을 써 보내면 가격 정보와 매장에 있는 재고 사이즈를 알 수 있다.
온갖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시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사물들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사물인터넷 시대에 통합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미 사물인터넷은 일상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 가전제품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각각 내놓았다. SK텔레콤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모뎀과 모터를 통해 농장주가 원격으로 비닐하우스를 여닫을 수 있는 ‘스마트 팜’ 서비스를 전국 100여 곳에서 시행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위메프 등 유통업체들도 매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고객 스마트폰으로 쇼핑 정보를 보내는 ‘스마트 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문제는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술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이 없다는 것. 각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이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확산될수록 이용자가 깔아야 하는 앱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골칫거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모바일 메신저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하면 따로 앱을 설치하고 각각 구동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사물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올 4월 말 LG전자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LG전자의 냉장고, 에어컨, 오븐 등 스마트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는 ‘홈챗’ 서비스를 선보였다. 라인에서 ‘LG Homechat’ 아이디를 검색해 친구로 등록한 후 사람과 대화하듯 대화창에 “세탁 시작”이라고 입력하면 세탁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과거 전용 앱을 만들었지만 ‘스마트 가전은 이용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고정 관념을 넘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스마트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모바일 메신저와 연계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가 사물인터넷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메신저 기능에서 시작한 모바일 메신저는 게임, 상거래, 금융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고 사물인터넷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모바일 메신저는 사용하기 편리하고 충성도가 높은 가입자가 많아 사물인터넷을 적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