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농기계 80% 미국·유럽에 수출깵 강소기업 우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GMT

“1960년대 중반, 제가 서울대 농공학과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주위에서 호미, 낫을 연구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이후 호경기와 불경기를 두루 지나며 한국의 농기계 산업이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했지요. 지금은 내수기반이 많이 약화됐지만 농촌 고령화와 농업 인구의 축소는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GMT 특허인증 로더(Loader).
㈜GMT 특허인증 로더(Loader).
농기계를 전문 제조하는 ㈜GMT 윤여두 회장. “아무리 어려워도 나라에 필요한 사업이라면 손해도 두렵지 않다”는 그는 우리나라 농기계의 변천사를 지켜본 1세대 경영인이다. ‘농기계의 산증인’ ‘트랙터 박사’ 등의 별명이 말해주듯 농기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그의 부지런한 발에 40년 공력이 덧붙여져 업계에서 대표적인 파워리더로 꼽히고 있다. 윤 회장은 트랙터, 이앙기 등 과거 수입에 의존하던 농기계를 국산화하는 데 실질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수산부 장관과 국무총리 표창, 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윤여두 회장
윤여두 회장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윤 회장은 서울대 농과대학 농공학과(67학번)를 졸업하고 농림부 진흥청 연구직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첫 근무지는 국립농업자재검사소. 당시 조직의 막내였던 그에게 막중한 임무가 떨어졌다. 한 농기계 업체에서 수입한 트랙터를 검사하는 일이었다. 농기계 검사에 관한 관련 법규나 산업코드조차 없었던 열악한 환경에서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본으로 날아가 독학으로 기술을 습득했고, 매뉴얼 없이 트랙터를 분해하고 재조립하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내공을 키웠다. 그때부터 그에게는 ‘트랙터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해외 특허를 갖고 있는 ㈜GMT의 로더(Loader)도 이런 집념과 끈기에서 탄생했다. 로더는 굴삭된 토사 등을 운반기계에 싣는 데 사용되는 기계. 이 회사의 로더는 항상 수평을 유지하도록 고안돼 흙이 일정 높이 이상 올라가도 운전자 쪽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단점을 개선했다.

현재 ㈜GMT는 매출의 80%를 미국과 유럽 수출로 거둬들이며 농기계 분야에서 산업역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2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이 회사는 지난 3, 4년간 매년 100% 이상 초고속 성장을 지속 중이다.

수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윤 회장은 농림부 농업기계 연구원, 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농업기계학회 부회장을 등을 두루 거쳐 2004년 동양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양물산은 콤바인, 이앙기 등 농사용 기계를 주력 생산하는 업체로 ㈜GMT의 모회사다. 동양물산 김희용 회장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크고 작은 농기계 업계의 현안을 몸소 체험해온 윤 회장을 부회장으로 발탁했다. 이후 윤 회장은 동양물산에서 기술개발과 대북협력사업, 해외 수출의 세 가지를 담당하다 7년 전 ㈜GMT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평소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며, 이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윤 회장은 ㈜GMT를 비롯하여 모든 중소기업이 필수적으로 이러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회장은 “모든 일을 단순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단순화하고, 그렇게 단순화된 사안을 빠르게 결정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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