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영미 씨(32)는 남편과 함께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원피스와 양복 등 약 50만 원어치의 옷을 샀다. 백화점에서 대규모 쇼핑을 한 것은 올해 1월 말 설 연휴 이후 처음이었다. 최 씨는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생필품 외에는 백화점 쇼핑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굳게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소비심리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107)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현재 및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좋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까지만 해도 108을 유지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5월 105로 떨어졌다.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등 세부 지표도 전달보다 1∼2포인트씩 올랐다.
이런 소비심리 회복 움직임은 유통 현장에서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매출(신규 점포 제외)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월 매출 신장률(3.9%)보다 0.3%포인트 더 높아진 수치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이달 매출(1∼24일)이 지난해 6월보다 3.5% 늘었다. 이것 역시 5월 매출 신장률(3.4%)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해외 수입 브랜드의 매출이 5.1%, 시계 매출이 4.0% 오르는 등 고가품들의 ‘성적’이 좋았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27일부터 한 달 동안 일제히 여름세일 행사를 열기 때문에 6월 매출 신장률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월드컵 덕분에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매출(1∼24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올랐다고 밝혔다. 4월 5.8%였던 매출 신장률은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달 3.4%로 떨어졌다. 한편 한국은행은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될 때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문갑 한은 경제통계국 차장은 “비록 회복세로 접어들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과 비교하면 경기 흐름이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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