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아웃도어업계 다운재킷의 저주?

추위 잘못 예측해 在庫 산더미… 2013년보다 두달 앞당겨 할인행사
겨울 정가판매 부진 ‘악순환’ 우려

권기범·소비자경제부

지난해에는 8월 말이 되어서야 열렸던 다운재킷 할인 행사가 올해는 두 달이나 빨리 시작됐습니다. 27일 여름세일에 들어간 롯데백화점은 밀레, K2, 블랙야크 같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점퍼와 다운재킷을 할인 판매하는 ‘사계절 상품전’ 행사를 일부 점포에서 연다고 밝혔습니다. 할인 폭이 40∼70%로 꽤 큽니다.

겨울 물건을 여름에 파는 ‘역(逆)시즌 마케팅’이 예년보다 빨리 등장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 시즌에 팔지 못한 겨울철 아웃도어 의류가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강은성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팀 선임상품기획자는 “지난해보다 재고가 70%가량 늘었다는 업체도 있다”며 “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해와 할인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잘못된 예측 때문에 다운재킷을 과도하게 생산한 탓’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은 겨울에 강추위가 몰아닥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다운재킷 생산량을 예년의 1.3∼1.5배 수준으로 일제히 높였습니다. 하지만 지난겨울은 ‘최근 5년 중에서 가장 따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다운재킷은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겨울 매출 부진→경쟁적 할인→정가 신제품을 사는 고객 감소→다시 매출 부진’이란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절반 가격에 다운재킷을 살 수 있는데 어떤 고객이 제값을 다 주고 ‘신상(신제품)’을 사겠느냐고 하더군요.

지금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가 ‘덤핑’을 하지는 않을까 서로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고가(高價) 논란에 시달리던 다운재킷에 대한 가격 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몇몇 업체는 나름 대비책이 있다고 합니다. 할인 행사를 하지 않고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려는 곳도 있고 최신 트렌드를 이용해 이월제품과 신제품을 차별화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통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소비자들은 즐겁겠지만 업체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해온 아웃도어 업체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권기범·소비자경제부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