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달인’ 지하철 역무원들 적발
1회용 카드 보증금 6억대 빼돌려… 서울역 부역장 입건, 80개역 조사
자체 감사에 적발된 2명 직위 해제
고장 난 일회용 교통카드를 반복해서 환급기에 넣었다 빼는 수법으로 600여만 원을 챙긴 서울메트로 직원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의심되는 피해액이 수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서울메트로가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서울메트로 서울역 부역장 장모 씨(5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가 일회용 교통카드의 오류를 악용하기 시작한 건 2012년 5월부터였다.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한 번 사용한 교통카드를 환급기에 넣으면 장당 500원이 반환된다. 한 번도 개찰구를 통과하지 않았거나 이미 보증금이 반환된 교통카드는 다시 환급기에 넣어도 보증금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장 씨는 일부 비정상적인 교통카드를 환급기가 계속 ‘보증금 반환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4일 잠복한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이런 교통카드 30장을 보증금 환급기에 넣었다 빼내는 수법으로 1만3544차례에 걸쳐 677만2000원을 챙겼다.
장 씨는 “기계 결함을 발견한 뒤 욕심이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장 씨가 카드를 고의로 변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메트로는 이달 초 장 씨의 범행을 통보받고 직위해제한 뒤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유사한 수법에 의한 피해가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사의 ‘기기오류 보증금 반환 명세’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80여 곳에서 비정상적인 절차로 반환된 보증금이 6억 원이나 됐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역무원 2명도 장 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보증금을 상습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직위해제됐다. 서울메트로는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마그네틱이 손상된 일부 ‘폐교통카드’를 보증금 반환 대상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개선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해 왔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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