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은 과거보다 훨씬 유연하게 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름 겨울 휴가철에 3일 또는 5일’식의 스테레오 타입의 휴가제도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휴가 시기와 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그래야 업무 효율 및 성과도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신한은행에 다니는 김모 씨(35)는 다음 달 2주 동안 누나와 친지들이 사는 미국과 캐나다에 다녀온다. 휴가 일정은 1월에 이미 잡아 놨다. 그 덕분에 비행기표도 싼값에 미리 사둘 수 있었다. 김 씨는 도시 간 이동은 자동차로 하면서 북미 대륙 이곳저곳을 여유 있게 둘러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의 이번 장기 휴가는 신한은행이 2011년부터 도입한 ‘웰-프로 프로그램’ 덕분이다. 상사나 동료 눈치 안 보고 매년 한 번에 2주 이내로 휴가를 자유롭게 쓰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프로그램이다. 김 씨는 “휴가를 짧게 나눠 쓰려면 오히려 인사부의 별도 승낙을 받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며 “그 덕분에 남미, 아프리카 등을 다녀오는 동료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2007년부터 2주 이상 여름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아이디어 휴가제도’를 운영 중이다. 연차 휴가를 한 번에 길게 붙여 가는 방식으로 보통 2∼4주를 다녀온다. 이 제도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오지 탐험, 연수 등 주제도 각자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별도 보고서도 내지 않는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직원들은 이 제도를 이색문화 탐방, 해외 연수, 책 쓰기 등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계열인 옥션과 지마켓도 근속기간이 5년이 지날 때마다 한 달 동안 휴가를 떠날 수 있게 지원한다. 맥도날드도 입사 10년 차가 되면 4주간의 안식휴가를 준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주어진 연차휴가 소진도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한다. 한 국책은행은 직원마다 1년에 15∼25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지만 대다수의 연차 소진 일수는 5일 안쪽에 그치고 있다. 이 은행에 다니는 박모 대리는 “연차를 쓰려고 하면 ‘요즘 애들은 만날 쉬려고 한다’는 핀잔만 듣기 일쑤다”라며 “요즘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복지비용을 줄이는데 차라리 휴가 사용을 장려해 연차 보전 수당 지급액을 줄이는 게 경영 개선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