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순 에어비타 대표가 서울 강서구 가양동 사무실에서 152g의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제품을 보면 마치 막내 자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대형 공기청정기가 대세이던 때,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크기가 작고 방마다 설치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면 집안 전체를 커버할 수 있고, 제품도 비싸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무게가 152g인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가로 17cm, 세로 4.8cm, 높이 9cm. 그의 꿈대로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공기청정기였다. 하지만 세상사는 간단하지 않았다. 물건을 팔러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이렇게 작은 공기청정기가 어디 있느냐”며 “공기가 깨끗해지긴 하냐”고 비아냥거렸다.그러나 이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시기에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02년 3000∼6000개의 음이온이 나오던 첫 제품이 2004년엔 9만9000개 수준으로 성능이 업그레이드됐다.
기회는 2005년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열렸다. 부스 앞을 지나가던 독일 QVC홈쇼핑의 부회장이 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를 보더니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물은 것이다. 그는 “이렇게 작은 공기청정기도 있느냐”며 “역발상이 맘에 든다. 나도 써보고 우리 직원들에게 보여주겠다”며 즉석에서 5개를 사갔다.
그로부터 3개월 후. QVC홈쇼핑 직원이 이 대표 앞으로 e메일을 보내와 거래가 시작되었다. 여러 달에 걸친 테스트 끝에 QVC 측은 최종적으로 제품 1만6000개를 주문했다. 얼마 후 다시 2만3000개를 보냈다. 독일에서의 성공은 GS, 현대, CJ 등 국내 홈쇼핑 진출로도 이어졌다.
2006년 위기가 찾아왔다. 값싼 중국 제품 공세였다. 당시 에어비타 제품은 9만 원 수준(현재는 12만9000원)이었는데 중국 회사들은 커다란 공기청정기를 5만9000원에 팔았다. 이 대표는 다시 용감해졌다. 중국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베이징(北京)대에 들어갈 만한 수준의 중국 고교 3학년 7명의 학부모에게 공기청정기를 팔았다. 우연인지 공기청정기의 효과 덕분인지 제품을 사용한 학생 전부 베이징대에 합격했고, 이 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그때부터 중국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이 회장의 노력이 에어비타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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