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세계 1위 IT기술 앞세워 에너지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삼성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오래전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다양한 차세대 성장동력 중 삼성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툴 수 있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에너지 분야에서도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큰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과 시장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삼성그룹의 에너지 부문 역량이 크게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삼성그룹이 추진 중인 주요 계열사별 사업구조 재편 과정을 통해 3월 말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이 공식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다양한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제일모직은 각종 소재 사업 분야에서 각각 그룹의 주력 계열사 역할을 해왔다. 두 회사는 다음 달 1일에 정식 합병하게 된다. 통합 사명(社名)은 삼성SDI다.이미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 배경 중 하나가 그동안 삼성SDI가 주력 사업으로 키워온 배터리 사업의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 관계자도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가장 큰 합병 이유 중 하나가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은 삼성SDI 배터리 사업분야가 제일모직이 그동안 보유해 왔던 분리막과 소재 요소 기술 같은 소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형 2차 전지 분야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의 시장 영역을 중대형 배터리 시장으로 대폭 확대하는 데도 유리한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통합된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2020년에는 매출 29조 원 규모의 소재·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 관련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신시장 중 하나는 ‘저전압 배터리 시스템(Low Voltage System·LVS)’이다. 삼성SDI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하이-캡’ 기술을 적용한 LVS는 기존 시스템의 변경을 최소화하고도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이-캡 기술은 수명이 긴 리튬이온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전력저장장치용 전지(Energy Storage System·ESS)’도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ESS는 에너지를 원하는 시간에 저장하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전력 공급의 안정화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향후 시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기업에서 모두 에너지 관리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기업 간 거래(B2B)용 제품과 가정용 제품 모두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중 아파트 ‘래미안’을 짓는 삼성물산도 적극적으로 에너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미래 주택 시장의 큰 패러다임 중 하나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석유와 전기 값의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덜 쓰는 아파트’는 정부와 소비자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이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은 냉·난방을 공간마다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 조절 시스템’, 수압 조절을 통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3단 절수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또 태양 복사 에너지를 난방으로 활용하는 ‘태양열 급탕 시스템’과 열손실 최소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전열교환기를 통한 환기 시스템’ 관련 기술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에너지 관련 기술과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더욱 많은 계열사들이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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