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었던 5월 초에 비해서 장사가 약간 나아지긴 했어요. 평일 아르바이트생을 지난달에 반으로 줄였는데, 충원 계획은 아직 없고요. 지난주 월드컵 경기 있는 날엔 손님이 더 올까 싶어 재료를 많이 준비했는데 일주일째 다 못 쓰고 있네요.”
서울 종로에서 일식 주점을 운영하는 정세익 씨(31)는 지난달 월드컵을 대비해 식재료 주문량을 평소보다 늘렸다가 낭패를 봤다. 올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떨어진 매출이 월드컵 특수로 반등하길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손님들이 찾지 않아 냉장고에 오이와 배추 등 식재료 재고만 가득 쌓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2개월이 지난 현재, 외식업계의 매출 감소 폭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심리적인 소비 위축은 사고 직후보다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특수도 그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1일 발표한 ‘세월호 사고 이후 외식업 2차 동향분석’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전과 비교해 외식업계 매출이 2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1차 조사에서 매출 감소 폭이 35.9%로 조사됐던 것에 비하면, 1개월 만에 매출 감소 폭은 소폭 개선됐다. 이번 조사는 6월 23일부터 30일까지 동네식당 453개 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업주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식당 수는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매출 감소 폭은 줄었지만 감소한 업소는 더욱 늘어난 것이다. 1차 조사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8%였지만, 2차 조사에서는 79.3%로 소폭 늘었다.
월드컵 효과에 대해서도 92%가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치킨과 중식 배달 관련 업종의 매출이 2∼5%가량 회복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종은 매출 감소가 오히려 심각해졌다. 업종별로는 일식과 한식에서 매출 감소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식의 경우 매출 감소 폭이 1차 조사 때와 비교해 5.5% 추가 감소한 37.5%로 나타났고, 한식은 3.7% 추가 감소한 30.34%로 조사됐다.
특히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소비 위축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묻는 질문에 1차 조사 때 답변이 평균 2.04개월이었던 것에 비해 2차 조사에서는 2.3개월로 늘어났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매출 감소로 인력감축을 고려했던 업소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긍정적인 결과도 있다. 1차 조사에서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월급을 깎아 매출 감소 타격을 줄인 업소의 비율이 15.7%였지만, 2차 조사에서는 7.9%로 줄어들어 일자리 감소 속도가 더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소비심리 회복이 더뎌지면서 외식업계의 매출 회복 역시 지연되고 있다. 업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황이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아 이 상태로 가면 외식업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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