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 진출 28년 만에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이 미국의 경기회복에 맞춰 잇달아 신차를 내놓은 것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시장에서 66만1847대를 판매해 기존 최고 기록인 2012년 상반기(64만5376대)보다 1만6471대(2.6%)를 더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63만8361대)보다는 3.7%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브랜드별로도 반기별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36만4434대를 판매해 미국 진출 28년 만에 같은 기간 기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기아차도 29만7413대를 팔아 종전 기록인 2012년 상반기(28만8707대)보다 1만 대가량 더 판매했다.
차종별로 보면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출시된 신형 LF쏘나타가 효자 노릇을 했다. 6월 한 달에만 2만5195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9.5% 급증했다. 기아차의 쏘울도 한몫 거들었다. 쏘울은 상반기에 7만4999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가량 판매가 늘었다. 기아차의 주력 모델인 K5(미국명 뉴옵티마)도 상반기에 8만2813대가 판매됐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6월보다 3.7% 증가한 6만7407대, 기아차는 0.2% 늘어난 5만644대를 팔았다. 다만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와 신형 i30(미국명 엘란트라GT)는 지난해 6월보다 각각 18.5%와 51.4% 판매가 줄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차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신차 효과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현대·기아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월 정의선 부회장이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미국법인을 찾아 신차 전략을 내놓은 것이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점유율은 8.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반기 기준으로는 8.1%로 변화가 없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5월 월간 기준 미국시장 점유율이 10.1%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일본차의 부활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되살아난 미국 빅3 업체(GM, 포드, 크라이슬러)의 공세에 밀려 뒷걸음질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현대·기아차 판매가 늘어난 것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판매시장 자체가 커진 요인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현지 월드컵 마케팅을 독려하기 위해 이번 주초 브라질로 출국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방문 기간에 현지 법인 관계자들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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