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벤츠 뉴 C클래스 “큰형 닮은 아우의 울부짖음”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7월 4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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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삐익~끼이익~윽”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의 첫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쉴 새 없이 달렸다. 타이어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장애물을 지그재그로 피하며 급격하게 방향을 바꿨다. 신나게 가속페달을 밟다가도 번개처럼 빠르게 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엔진이 터져 나올 듯 보닛은 뜨겁게 달궈지고 타이어에선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급격하게 뛰는 기자의 심장박동을 제외하곤 모든 게 평화롭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 트랙은 30여대의 메르세데스벤츠 ‘뉴 C클래스’로 채워졌다. 지난 5월말 ‘2014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첫 대면 후 이 차를 다시 만난 것은 이날 기자 시승회 자리에서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달 출시된 뉴 C클래스의 시승회를 위해 자동차성능연구소의 트랙을 빌렸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동급 경쟁모델인 BMW 뉴 3시리즈 역시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비슷한 시승회를 가졌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경쟁모델인 벤츠 뉴 C클래스에 올랐다.
먼저 디자인은 지난해 출시된 벤츠 최상급 모델 S클래스와 많은 곳에서 닮았다. 전면은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짙은 쌍커플을 연상시키는 주간주행등이 들어간 전조등으로 역동성을 살렸다. 아방가르드와 익스클루시브 두 가지의 각기 다른 외관 디자인으로 출시된 신차는 취향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의 벤츠 세꼭지 별이 들어간 모델과 보닛 위의 세꼭지 별이 있는 모델로 선택 가능하다. 아방가르드가 좀 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신선함이 엿보인다면, 익스클루시브는 클래식한 벤츠 고유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옆과 뒤 모습은 짧은 오버행으로 고전적인 멋이 풍기면서도 균형 잡힌 벤츠 세단의 비율을 따랐다. 앞부터 뒤까지 이어진 측면 라인은 역동적이며 뒤쪽 휠 부분은 점점 가늘어 지는 C필러와 조화를 이뤄 근육질의 모습을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S클래스 축소한 느낌이다.

실내는 이전모델에 비해 차체는 커졌지만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휠베이스는 2840mm로 80mm 늘어나고, 길이는 4700mm로 65mm 길어졌다. 너비도 1810mm로 40mm 넓어져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까지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인테리어도 각 트림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마감재를 사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실내도 전체 콘셉트는 물론 스피커와 송풍구 디자인 등에서 S클래스와 비슷하다.
뉴 C클래스의 파워트레인은 배기량과 연료에 따라 C200과 C220으로 나뉘는데 먼저 C200의 경우 1991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한다. 안전최고속도는 235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7.3초 만에 도달한다. 복합연비는 12.1km/ℓ로 3등급이다.

디젤을 사용하는 C220는 2143cc 직렬 4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한다. 안전최고속도는 233km,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7.4초가 걸린다. 블루텍 기술을 적용해 유해 물질 배출에서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엔진은 에코 스타트앤드스톱 기능을 기본 적용했다. 연비는 이전모델 대비 12% 향상된 17.4km/ℓ(1등급)를 유지했다. 두 모델 모두 7단 변속기를 적용했다.

이날 시승은 신차의 운동성향과 강화된 안전성능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로 가솔린과 디젤을 번갈아가며 탔다.
첫 번째 코스는 장애물을 지그재그로 피하면서 차량의 조향성과 반응을 평가하는 슬라럼 테스트.

신차는 에코부터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쥬얼까지 총 5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각 모드마다 엔진, 트랜스미션, 에어컨 등의 작동을 주행 모드에 맞게 변화시켰다. 시승은 주로 컴포트와 스포츠플러스를 번갈아 가며 체험했다.

슬라럼으로 시작돼 돌발 상황을 재현한 레인체인지 등 가혹한 주행 조건이 이어졌다. 뉴 C클래스는 전체적으로 5세대에 접어들며 특유의 묵직함 보다 부드러운 설정으로 바뀌었다. 급한 커브에서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엇나갈 때면 여지없이 전자장치의 개입이 이뤄지고 다시 안정적인 자세를 곧바로 취했다.
이날 테스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경험은 약 80km/h로 주행 중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좌측으로 돌려 차선을 변경한 뒤 풀 브레이크로 제동을 해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북유럽의 경우에는 노루나 사슴이 빈번히 도로에 출몰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도 야간에 고속도로와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 보면 고라니 등이 출몰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고속주행 시 급격한 스티어링 휠 조작은 차량 무게중심을 잃어 전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뉴 C클래스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주행보조 시스템과 안전 시스템이 결합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등이 갖춰졌다.
차량이 중심을 잃는 듯 생각되면 여지없이 전자장치의 개입이 이뤄졌다. 창문과 선루프를 모두 열고 달리다 이런 상황을 겪게 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프리세이프티 기능이 작동되는 순간 안전벨트는 모든 승객의 상체를 꽉 조이고, 창문과 선루프는 약간의 틈을 남기도 모두 닫힌다.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아쉽긴 하지만 보다 많은 소비자들 입맛에 맞춰진 벤츠의 진화가 느껴진다.

7년 만에 완전 변경된 5세대 뉴 C클래스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외모부터 주행성향까지 큰 형님뻘 되는 S클래스를 열심히 따르고 있다. 흔히 ‘베이비 S클래스’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은 C200 4860만~5420만 원, C220 5650만~5800만 원이다.

화성=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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