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하례식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의 위기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7월에만 2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렇게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주식 평가액은 동부의 유동성이 나빠지기 시작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 새 갑절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 부부와 장남 남호 씨(동부제철 부장), 장녀 주원 씨 등 동부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계열사 주식 가치는 2일 종가 기준으로 1조500억 원에 이른다. 2009년 1월 2일 집계됐던 4589억 원의 2.2배 수준이다.
이 기간 남호 씨(5577억 원)와 주원 씨(1584억 원)의 보유 주식 가치는 각각 165.4%, 170.5%나 늘었다. 김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도 같은 기간 3322억 원으로, 77.3% 증가했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화재의 주가가 2009년 2만 원대에서 현재 5만 원대로 급등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 일가는 무리한 인수합병(M&A)과 금융위기로 구조조정에 직면했던 2009∼2013년 동부 계열사들로부터 총 988억 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호 씨가 받은 배당금이 524억 원으로 가장 컸다.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동부는 5개 계열사 회사채의 개인투자자를 다 합쳐봐야 3400억 원 정도로 많지 않아 동양그룹 사태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동부그룹이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채권 금융기관이 잘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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