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청은 123층 높이로 지어지는 롯데월드 타워 등 건물 4동으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 부지 바로 옆에 있다. 최근에는 저층부 조기 개장에 대비해 인근 도로정비가 한창이라 곳곳이 ‘공사판’이다. 공사구간 곳곳에 특이한 현수막도 걸려 있다. ‘공사비 전액을 롯데에서 부담하여 시행하는 도로포장 정비공사입니다’.
재선에 성공한 박춘희 송파구청장(60·새누리당)에게 이 현수막에 대해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도로공사를 하고 있으니까 ‘왜 구청 돈으로 롯데를 위해 공사를 하느냐’는 등 온갖 루머가 돌더군요. 현수막 제작비용도 롯데가 낸 겁니다.”
제2롯데월드 신축은 송파구의 ‘뜨거운 감자’다. 송파구는 2012년 올림픽공원, 방이맛골, 석촌호수 등 일대 2.3km²가 관광특구로 지정돼 한 해 25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2015년 제2롯데월드까지 개장하면 방문객이 한 해 450만 명으로 늘고, 7조 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롯데월드가 있는 잠실은 상습 교통체증 구역인데 방문객이 늘어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저층부가 임시 개장하면 연간 최소 15억 원가량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롯데로부터 받아 이를 주민을 위해 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타워 입주 기업의 채용 시 지역민을 뽑는 방안을 롯데 측과 협의하고, 도서관 어린이집 등 지역민을 위한 공공시설, 장학금 마련 등에 롯데의 동참을 유도할 생각이다.
박 구청장은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편익이 생기는 면도 있는데 일부에서 불편해지는 것부터 얘기한다. 송파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의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앞서 여러 사고가 있었지만 안전은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롯데도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행정 지도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구청장은 이전 임기 때 시행해 호평을 받은 ‘책 읽는 송파’ 사업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책 박물관’을 세워 해외 관광객까지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박 구청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부산대 의류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80년 결혼해 전업주부가 됐으나 1988년 남편과 헤어지고 상경해 분식점을 차렸다. 1990년 사법시험 도전을 시작한 뒤 12년 만에 합격했고, 여성 최초로 사법연수원 자치회장(34기)을 맡았다. 공익변호사 생활을 하다 민선 5기 구청장이 됐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의 어려움을 뜻하는 ‘유리 천장’에 대해서 묻자 박 구청장은 웃으며 답했다.
“연수원 자치회장이 될 때도 저를 반대하며 다시 뽑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일단 시켜보고 나중에 맘에 안 들면 다시 뽑아도 좋다’고 설득했죠. 하지만 회장 일을 시작한 뒤 다시 뽑자는 얘기가 쏙 들어갔어요. 유리 천장은 망치로 깨서는 안돼요. 지금은 설득하고 포용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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